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니체는 이렇게 조언했다.
“결혼은 긴 대화다. 반려자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남자(여자)와 노년까지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를 알아보는 것이다.”
합격통지서를 받은 후 최종 등록대학 선택을 두고 고민하는 학생도 같은 질문을 해야 한다. 모든 정보와 지식이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끝에 와있는 구글시대에 굳이 대학에 가는 목적이 무엇일까. 이젠 대학이 지식을 쌓게 하고 취업의 문을 열어주는 기관이 아니라 순위 올리기에 안간힘을 다하는 브랜딩 회사라는 인식까지 있는 마당에 말이다.
자아 발견과 성취를 이루기 위해 선택해야 한다면 전공, 교내외 활동, 캠퍼스 환경, 재정 보조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 들러리에 불과하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4년간 꾸준히 대화를 나눌 교수와 동료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있다. 즉 만남의 가능성을 따져보는 것이다.
대학생의 학업 성취에 관한 논문이 지난 1970년대부터 25편 넘게 발표
됐다. 학업능력, 재정상태, 가정환경, 목적의식 등 다양한 여건이 작용했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동료학생 그리고 교수와의 만남과 대화에 달려 있다. 그 기회가 많은 학생일수록 자긍심, 성취도가 높고 졸업도 제때 한다.
그러나 오늘의 대학 캠퍼스에는 스마트폰 스타일 만남이 횡횡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만남과 대화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
잠자리에 든 부부는 서로 자신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동영상, 게임을 각자 즐기고, 말하기 쑥스러운 일은 카카오톡으로 대신한다. 연인들은 데이트할 때 마주앉아 있지만 서로의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대학 강의실에서도 마찬가지다. 강의실에 들어오면서부터 자리에 앉기까지 그리고 강의를 들으면서도 학생은 스마트폰과 눈을 맞추며 누군가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게임을 즐긴다. 교수는 교수대로 파워포인트를 읽어 내리느라 등을 돌리고 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고 있지 않다. 각자 바쁘게 서로 딴전을 피운다면 뭐 하러 굳이 강의실에서 만날까. 차라리 각자 사무실 혹은 집에서 문자를 날리거나 화상통화를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참된 교육은 만남과 대화에서 이뤄진다. 만남을 통해 영혼에 활기가 생기고 생각에 지각변동이 온다. 자아발견, 실현, 성취를 찾아가는 계기가 된다.
플라톤이 소크라테스를 만나 철학에서 자신의 길을 찾았고, 워런 버핏이 벤자민 그래함 교수를 만나 투자에 눈을 뜨고, 드류 파우스트(현 하버드 총장)가 메리 던 교수를 만나 여자의 길을 새롭게 개척한 것처럼 말이다.
인간은 손으로 매만지며 키우는 식물도 아니요, 매와 당근으로 행동을 길들이는 동물도 아니다. 산소, 물 같은 자연을 만나야 인간 생존이 가능하듯, 인간이 인간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통한 신선한 충격이 절대 필요하다. 그에 따라 잠재력이 발굴되고 자신의 몫을 깨닫고, 궁극적으로 삶이 바뀐다.
자연이 파괴되고 오염되는 것이 인간이 자연과의 만남을 소홀히 여긴 결과인 것처럼, 대학 선택에서도 만남과 대화를 소홀히 여긴다면 군중 속 외로움에 사무칠 것이요, 대학 입학 사정처의 마케팅 제물이 될 것이다.
쏟아지는 대학선전 유인물에 눈멀고, 귀먹고, 머리가 텅 빈다면 4년간의 긴 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인생을 바꾸는 만남과 대화가 없는 교육은 분명코 시간, 정력, 돈 낭비에 불과하다.
대니얼 홍/ 교육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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