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양극화 현상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친구나 가족 간이라고 해도 정치적 또는 사회적 이슈에 대하여 자기 의견을 진솔하게 말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 사회이다. 극우와 극좌파 간의 이념대립 사이에서 중립적 입장은 설 땅이 없는 듯하다.
민족통일, 공정분배, 반시장주의를 말하면 공산주의, 종북좌파, 빨갱이로 몰아 부치고, 법치, 안보, 한미우호 등 보수적인 가치의 담론에는 수구, 꼴통, 꼰대로 야유한다. 이념의 양극화로 서로에게 심한 상처를 주며 막말을 하다가 결국 등을 돌리는 일이 이곳 한인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전 현직 대통령을 두고 상호 비난하고 비판하는 말을 들어보면 ‘한 개인을 그렇게도 미워할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자신들의 이념과 정파적 논리만 주장하는 대화는 거칠고, 직설적이며 자극적인 것이 특징이다. 단순한 해프닝 정도로 이해 될 수 있는 문제도 진보, 보수 어느 한 편에 서서 서로를 비판하고 확대, 축소, 왜곡한다.
이렇듯 각종 비난과 비판, 부정과 불신의 표독스러운 언어는 진보 보수 이념의 양극단에 서있는 논객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된다. 각양각색의 인터넷 사이트에 둥지를 틀고 소통보다는 일방적으로 자기 주의주장 만을 확산시키는 ‘아무 아무개 닷컴’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논객들의 표현을 그대로 닮아 있기 때문이다. 이들 논객은 처음부터 다른 의견은 무시한 채, 막장 발언으로 반목과 증오를 조장하여 공감대를 형성,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나르시스트들로 보인다.
사회의 공공가치를 나누고 선도해야 할 TV, 신문, 잡지 등 정통 언론 매체도 별로 다를 바 없다. 일반 대중은 이런 분위기에서 자기중심을 잃고 어느새 양극의 어느 한 편이 되어 다른 의견에는 귀를 막은 채 스스로 폭력적인 언어와 이념 논쟁의 전도사가 된 듯 막말로 모임의 화평을 깨는데 주저하는 법이 없다. 총체적 부정과 적의는 공멸뿐이라는 것을 왜 모를까?
전통적으로 우리 민족은 중용의 덕에 중점을 두어 조화된 사상과 행동에 큰 가치를 두어 왔다. 60평생을 애국 애족으로 사셨던 도산 안창호 선생도 당리나 사익보다 사회 전반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고, 민족평등, 정치평등, 경제평등, 교육평등의 민주국가 수립과 독립을 위하여 민주적 토론 절차를 중시했고 이를 통해 형성된 공론과 중도적 노선을 선호하셨다.
“니(네) 마음속의 나보다, 내 마음속의 너를 먼저 생각하고, 상대방의 소중함과 비중이 크면 클수록, 상대는 어떤 형태로든지 내게로 더욱 더 다가오게 되고 더 돈독한 사랑과 우정을 누릴 수 있다”라고 한 ‘정의돈수(情誼敦修)’란 어록을 다시한번 깊히 음미할 필요가 있다. “서로 사랑하기 공부”라 할 수 있는 이 어록은 바로 중용과 관용의 실천목록이며 일찍이 16세기 중엽 서양에서 신구교간의 극심한 종교분쟁을 치유키 위해 등장한 ‘똘레랑스’란 말과도 통한다.
건전한 민주사회는 다수의 중간 목소리가 주도되어야 한다. 합리적 주장이 다수의 목소리가 될 때,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벽을 넘어설 수가 있고 상식의 회복이 가능하며 다른 의견도 경청하는 자세로 돌아서게 될 것이다.
이종운/ 미주도산기념사업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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