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간다. 봄의 끝자락을 휘감아 쥐고 서둘러 가는 뒷모습이 어수선하다. 정신없이 바람이 분다. 그 바람에 나무들이 구석구석을 헤집으며 묵은 청소를 해 낸다. 뜨거운 여름 햇볕을 전신으로 잘 받게 되었으니 여름 채비를 단단히 한 셈이다.
사람들의 자연 수명이 그리 길지 않았던 지난 시대엔 60년만 살아도 큰 잔치를 열었지만 이젠 그 나이엔 축하할 일도 축하받을 생각도 하지 않게 되어 버렸다. 뒤로 한 발 물러설 나이였던 것이 지금은 새로운 시작의 시기로 여기게 되었다.
계절에 비유를 해 본다면 늦가을쯤으로 여겨졌던 시기를 다시 훌훌 털어 5월쯤에 가져다 끼웠다고나 할까? 건강이 좋아지고 수명이 길어진 것이다.
그러나 막상 그 나이를 넘겨보니 부드럽고 인자해지기는커녕 오히려 까칠해지는 마음 때문에 힘 드는 때가 있다. 생각과 말로는 내려놓자 비우자 하면서도 실제론 스스로의 고집과 욕심을 꺾지 못해 슬며시 찾아든 못된 친구인 ‘섭섭병’을 키우기 시작하는 것이다.
마음의 너그러움을 갉아먹고 크는 ‘섭섭병’은 가만히 두면 괴물처럼 커져서 자신을 벽 속에 가둘 수도 있는 참으로 무서운 병이니 빨리 털어 내야만 한다. 새로운 시작은 일어나 사람들에게로 나아가는 것이다. 혼자 쓸쓸히 지내며 쓴 뿌리를 씹으라고 부추기는 나쁜 이 병은 바라보는 시선을 나에게서 너와 이웃으로 바꿀 때 사라지는 것이다.
김정옥 /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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