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다니는 몬타 비스타 하이스쿨 한인학부모회는 매년 한번 씩 학교 선생님과 스태프를 위해 점심식사를 대접한다. 또 한인 학생들이 비한인 친구들에게 한국음식을 소개하며 자부심을 갖는 날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일에 찬반이 있어 반대하는 분도 있지만 나와 내 아이에게는 정말 신바람 나는 날이다. 동남부에서 살 때는 학교 PTA 미팅에 가면 백인들 틈에서 나는 꼭 ‘섬’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언어에서 오는 한계와 동양인 특유의 소심함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거의 항상 우울하게 돌아 왔었던 기억이 있다.
처음 음식을 준비하며 나도 숨 쉬고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런데 벌써 4년째, 이제 지칠 만도 한데 이 행사를 앞두면 또 설렌다. 그 더운 날 뜨거운 그릴 앞에서 150파운드의 고기를 굽느라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고기냄새로 샤워하면서도 행복해 보였던 어머니들과 또 갈비를 옮기느라 수고하는 학년 대표들. 그 전날 음식을 해서 이른 아침부터 잡채, 닭고기, 김밥, 샐러드, 떡볶이, 쌀국수, 전, 묵 등 한국 대표메뉴로 150명분의 음식과 130개 도시락을 싸는 과정은 정말 웬만한 애정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전체 학생의 10%도 되지 않는 소수지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그 작은 몸짓들이 우리를 더 이상 주변인이 아닌 주인의식을 가진 작은 거인들로 바꾸어 놓는다. 먼 이국땅에서 나도 누군가와 나누고,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은 그 어떤 보약보다도 나를 기운 나게 한다.
최혜정 /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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