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대만을 여행했을 때의 일이다. 그곳 청소부의 등 뒤에 알 듯 말 듯한 한자로 씌어져 있기에 안내하는 분에게 물어 봤더니 ‘당신은 버리고 나는 줍습니다’라는 뜻이라고 가르쳐 준다. 설명을 들으며 참 멋있는 표현이라고 여겼다.
윌셔와 버몬 코너에 있는 윌셔 은행의 주차장 쪽 입구에 빈 공간에 담배꽁초와 종이컵이 가득히 마구 버려져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상해서 주변을 살펴보았더니 재떨이 겸 쓰레기통이 1m 간격으로 6개나 있었다. 재떨이와 꽁초가 버려진 곳과의 거리는 불과 2m 안팎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하는지 궁금하여 일을 마치고 입구가 잘 보이는 곳에 주차를 다시 하고는 한 시간 남짓 살펴보았다.
그 사이에 11명(여성2, 남성9)이 담배를 피웠고 2명이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남성 1명만 재떨이에 꽁초를 버렸고 나머지 10명은 버려서는 안 되는 곳에 버리거나 바닥에 던져 비벼버리는 것이었다. 커피를 마시던 2명은 턱받이 위에 그냥 두고 들어갔다.
과연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일일까. 버리는 사람과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건지, 아니면 청소부를 위한 배려인지 묻고 싶다.
이 은행과 가까운 LA 영사관에서 웨스턴 쪽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건물 바깥 화단에는 ‘꽃들을 생각해서 화단에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버리지 말아 주십시요’라는 한글 팻말이 꽂혀있다. 한인들이 드나드는 건물 주변에 얼굴 뜨거울 정도로 마구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것을 목격하기란 어렵지 않다. 한글로 당부하는 문구들이 써져 있는데도 한인들이 들락 달락 하는 곳이면 으레 이런 꼴사나운 일이 흔하다.
담배는 기호품인 만큼 피워라 피우지 마라 할 수는 없지만 뒤처리는 깔끔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담배를 끈 다음 꽁초는 담배 갑 속에 다시 넣었다가 쓰레기통에 버리면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
정확한 제목을 기억할 수 없지만 ‘미국에 있어야 할 사람 없어야 할 사람’이라는 책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담배 하나 제대로 피울 줄 모르는 사람들에 관한 내용도 들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담배꽁초 하나쯤은 제대로 처리하는 공중의식을 가져야겠다.
김호지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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