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12월 함경남도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한 한국군 유해 12구가 지난 25일 머나먼 하와이를 거쳐 62년 만에 조국의 품에 안겼다. 북한 내 국군 전사자의 유해가 국내에 봉환된 것은 1953년 7월 휴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에 봉환된 유해 12구는 한국전 당시 국군으로 입대해 미군에 배속된 카투사로 미국이 장진호 전투 지역에서 발굴한 유해를 하와이의 미 합동 전쟁포로 실종자 사령부(JPAC)로 옮겨 신원확인 작업을 한 결과 한국군 전사자로 확인되어 그나마 봉환이 가능했던 것이다. 백골이 진토가 되어 고향을 찾은 ‘62년 만의 귀향’은 이렇게 우리가 아닌 남의 힘을 빌려 이뤄졌다.
미 국방부 소속의 제이팩은 반세기도 훨씬 지난 제2차 대전에서부터 최근의 아프간전 등에서 실종된 8만8,000여명의 미군 유해를 발굴해 감식하는 것이 임무다. 제이팩은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동료를 결코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는 구호 아래 실종자의 머리카락 한 올, 뼈 조각 한 개라도 수습하기 위해 미군이 참전한 지구촌 곳곳을 헤집고 다닌다.
제이팩이 이렇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찾아다니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이 모두 집에 돌아올 때까지’를 모토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96년부터 2005년 북한의 핵무기 보유선언으로 발굴작업이 중단될 때까지 북한에 2,800만달러를 지불하고 북한 지역에서 모두 33차례에 걸쳐 222구의 미군 유해를 수습했다. 반면 한국은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북한과 6.25 전사자에 대한 유해 발굴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지만 뒤를 이은 이명박 정부의 무모한 대북강경책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됨에 따라 끝내 발굴이 무산되고 말았다.
북한 지역의 한국군 전사자의 유해 발굴은 이념이나 정치논리가 아닌 인도적 차원의 문제로 언제 어디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전사자의 유해를 발굴하고 신원을 확인해 가족들의 품에 돌려주는 일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에게 국가가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전사자 문제에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지난해 국가보훈처가 보인 어처구니없는 행태가 이를 방증한다. 어느 전사자의 유족에게 정부가 보상금으로 고작 자장면 한 그릇 값에 불과한 5,000원을 건넨 것이다. 명색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라는 나라의 정부가 실성을 하지 않고서야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 6일 이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북녘의 국군 유해 찾기를 언제 될지도 모르는 통일 뒤로 미뤘다. 참으로 한가하고 한심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전사자를 전쟁 영웅으로 깍듯이 예우하는 미국 등과는 달리 전사자의 고귀한 목숨 값이 단돈 5,000원밖에 안 되는 불가사의한 나라, 누가 이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 하겠는가. 멀쩡한 어깻죽지를 잡아 뽑고 손가락을 절단해서라도 군대 안 가려 발버둥치는 젊은이들을 무작정 나무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모윤숙의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를 다시 읽는 감회가 착잡하기만 하다.
김중산/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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