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 버클리에서 영문학 공개강좌를 맡고 있는 김준서 작가는 미국의 윌리엄 포크너 소사이어티가 주최한 공모전에서 단편소설 부문 금상으로 미국 문단에 등단했다. 미국 태생에다 한국어도 잘 못하는 그는 부모와 그 친구들로부터 많이 들어온 ‘뼈대 있는 가정’을 주제삼아 작품의 제목도 ‘양반(Yangban)’으로 응모해 수상했었다.
오래 전 성경을 배울 때 들은 바로는, 중국을 통해 들어온 장로교 파송 서양 선교사들이 조선에서는 양반 행세를 할 것과 반말을 쓰라는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즉, 선교사가 양반 행세를 해야지 상놈 행세를 하면 포교가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설득력있는 말이다.
오늘날 많은 이민교회의 분쟁을 보면 교회의 우두머리가 누구인지는 관심이 없는 권력다툼으로 비친다. 교회의 살림을 맡아야할 사람들이 자신의 존칭에 더 관심이 많다. 어떤 교파에서는 없는 존칭도 만들어서 집사 권사 장로 등 머리에 의관 하나씩을 쓰고 있다. 게다가 다른 직책까지 만들어서 이름은 어디로 갔는지 없다. 생명록에는 이름이 기록되는 것이지, 직분이나 존칭이 기록되는 것이 아니다.
요즘은 목회자의 존칭에 많은 논쟁이 있다. 목사를 목자라는 뜻인 Pastor라고 부르는 추세이다. 한인교회에서는 예전부터 써오던 Reverend라는 존칭을 고수하고 있다. 이 단어는 성경 전체에서 시편 111편에 단 한번 나오는 데 “지극히 존귀하다” 뜻을 담고 있으며, 그것도킹 제임스 성경만 레버런드라고 영역해서 하나님만이 지존하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홈리스들을 전도하고 보호하는 센터에 기부금을 내러 간 적이 있다. 그곳에 들어서니, 샤워는 고사하고 언제 세수라도 했나 싶을 정도의 얼굴로 가득 했다. 벌써 나의 몸이 근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 금일봉 내며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다고 자랑하기는 쉽다. 양반 행세하기는 쉽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손 한번 잡고 그들을 위해서 기도하기는 아주 어렵다. 즉, 그리스도를 위해 상놈이 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크리스마스 즈음 불우한 가정을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우리 집과 똑같이 자녀가 둘인 가정을 소개해달라고 했었다. 아들 딸이 각자 선물을 들고 그 집에 들어갔는데, TV는 우리 것보다 더 크고 남편은 감옥에 갔고, 남편의 친구가 거기 있고 포르노 비디오가 즐비했다. 어찌나 씁쓸한지 다시는 이런 일 안하겠다고 다짐했었다.
지나고 보니 그래도 그런 가정을 도왔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집의 자녀들이 자라면, 또 그러한 생활을 반복할 것이라 생각하니 후회가 되기도 한다.
네비게이토 선교회의 간사였던 리로이 아임스는 그의 저서 ‘행동하는 제자들’에서 사도행전에 나오는 미문 앞의 앉은뱅이 이야기를 두고, 융통성 있는 크리스천, 다른 사람에 대해 열정을 갖는 크리스천, 겸손한 크리스천이 되어 하나님을 알리는 일에 열심을 낼 것을 주문한다. 베드로와 요한이 경건하게 예배를 드리러 가는 길에 이 앉은뱅이의 모습을 보며, 재수 없다든가 더러우니 피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이 앉은뱅이는 그리스도를 만날 기회가 전혀 없었을지도 모른다.
일요일 날 앞치마 두르고 교인들에게 국밥 퍼주는 장로를 두고 칭찬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집안의 사마리아인이 되기는 쉽다. 그러나 황무지에서 사마리아인이 된다면 하나님께서 더 기뻐하실 텐데...”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기독교인은 그리스도의 종이다. 그리스도를 위해 궂은일을 해야 하는 상놈들이다. 그 누구도 양반 크리스천이 될 수는 없다.
폴 손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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