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만각(晩覺)입니다.” 얼마 전 수화기 속을 울리는 정감 넘치는 다정스런 목소리다. 거의 두 달마다 걸려오는 전화이다. 대화래야 그리 길지 않는 짧은 인사말로 끝난다. 그래도 이 전화를 받을 때마다 나는 반갑고 마음 한편으로 고맙고 황송하다.
만각은 97세 김재완 할머니의 필명이다. 지금은 거동이 불편하여 외부 출입을 못하고 자리에 누워 지내시는 형편이다. 만각은 늦게 터득했다는 뜻에서 내가 지은 필명이다. 나는 만각 할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일본의 유명한 노시인 시바다 도요님이 생각 난다.
그분과의 인연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니어센터에서 문예반을 지도할 당시 86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시를 쓰겠다고 문예반에 들어오셨다. 강의 시간을 거르는 일 없이 굽은 허리에 지팡이까지 짚고서도 출석할 정도로 글에 대한 집념이 대단하셨다.
그런 노력 덕분에 창작 시 여러 편을 지상에 발표하는 노익장을 과시하시더니 90세 가을학기를 마지막으로 발걸음을 끊으셨다.
오래 교직에서 일한 나는 평생 선생님이란 소리를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만각 할머니의 ‘선생님’ 소리는 특별한 의미와 자부심을 준다. 황혼기에 잠시 맺은 사제 간의 인연을 잊지 않고 쇠한 기력에도 깍듯이 윗사람에게 문안하듯 잊지 않으시는 만각님의 자상하고 자애로운 인간미에 고마움과 경의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스승의 날 전화로 찐한 감정을 억누를 수 없으며 새삼 ‘선생님’에 대하여 보람과 긍지를 갖는다.
이경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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