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이들 방을 정리하다가 한국에서 가져온 사진첩을 다시 보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나보는 나의 옛 모습들이 그대로 간직되어 있었다. 반갑기도 하고 그리운 옛 생활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한참을 보니 슬며시 사진 몇장은 빼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었다. 암만 봐도 사진 속의 내 모습이 멋있게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요즈음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더라면 분명히 삭제했을 사진들이었다. 이제라도 사진을 다시 정리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사진들을 이리저리 만지기 시작했다.
요즈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과거 경력 때문에 망신과 수모를 당하는 기사를 가끔씩 접하게 된다. 아마 그들도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지워 버리거나 다시 새롭게 자신들의 역사를 쓰고 싶었을 거다.
그러나 한번 밟고 온 눈길을 다시 바로 잡을 수 없듯이 우리가 살아온 삶의 모습들은 오랜 사진첩의 사진들처럼 우리의 옛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따름이다. 우리가 살아온 모습들은 우리의 기억보다 더욱 선명한 것이며 한순간 한순간이 소중한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진첩에서 빼어 버리려고 했던 사진들을 다시 제자리에 꽂아 놓기 시작했다. 그래, 내 맘에 안 들게 나온 사진도 나의 일부분이지. 좋든 싫든 이러한 나의 옛 모습들이 내가 사랑해야 할 것들이구나. 한번밖에 살 수 없는 나의 인생. 그 하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최현정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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