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시즌이 한창 막바지를 치닫고 있는 요즘이다. 필자가 섬기고 있는 워싱턴침례대학교는 이미 한 달 전에 치렀는가 하면, 다른 대학원이나 신학교들도 이미 졸업식을 마쳤다. 주위를 보면 거의 모든 고등학교들도 졸업식을 다 마친 듯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은 새로운 캠퍼스에서의 생활을 기다리며 분주한 시간들을 보내는가 하면, 일찌감치 사회생활로 접어든 이들은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일자리를 찾느라 열을 내고 있을 것이다.
대학교에서 교수로 섬기면서 해마다 졸업생들을 내보곤 하는데, 특히 필자가 가르치고 있는 기독교 상담학과의 학생들을 보면 졸업시즌에 대한 느낌이 남다르다. 기독교 상담학과를 졸업하는 당사자들 때문이 아니라, 바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은 기러기 학생들의 자녀들 때문이다.
우리 학생들 가운데 기러기 엄마들이 제법 많기에 해마다 4,5월이 되면 그들의 자녀들의 대입결과로 인해 희비가 엇갈리게 되며, 그러한 결과들이 수업시간에 앉아있는 학생들의 얼굴에 그대로 반영된다. 짧게는 3년 길게는 6,7년이라는 긴 시간의 뒷바라지 끝에 아이들이 원하는 대학에 가면 그래도 보람이 있지만, 만일에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낭패감이나 그 동안 뭐했나 싶은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그러한 결과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라고 말하곤 한다. 사실 많은 전형적인 기러기 엄마들은 아이들의 대입 합격통지서를 받고, 고등학교를 졸업시킨 후, 아이들의 짐을 기숙사에다 실어다 주면 자신들의 임무는 이제 다 했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쉰다. 그러고는 아이들하고 작별인사를 나눈 후, 한국으로 돌아간다. 물론, 이 때 다른 아이가 있으면 미국에 더 있든지 아니면, 함께 한국으로 가야 할지를 고심해야 한다. 어쨌든, 한국으로 돌아가는 많은 기러기 엄마들은 아이들을 대학만 입학시키면 자신들은 할 것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그렇게 고생해서 대학까지 보낸 자녀들을 생각하면 그들을 낯선 학교 기숙사에 홀로 놔 둔 채, 휙 한국으로 가 버리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는 말이다.
아이들은 이미 아빠 없이 그리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엄마하고만 보낸 탓에 가족의 소중함을 미처 체득하지 못한 채 오직 한 가지 목표, ‘대학’만을 향해서 달려왔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아빠들은 일 년에 한 번 심지어는 두 번씩이나 만나도 왠지 서먹서먹한 느낌을 아이들에게서 지울 수가 없다고 토로한다. 열심히 아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긴 시간 떨어져 있음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거리감을 쉽사리 좁히지 못하는 것이다.
그나마 엄마와 대화가 좀 통하는 편인데, 대학을 보냄과 동시에 엄마마저 훌쩍 떠나게 되면 아이들은 커다란 정신적, 심리적 공백 혹은 상실을 경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잖아도 아이들을 대학으로 보내놓고 첫 학기를 잘 보낼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여 절기마다 집을 방문하라고 아이들을 다그치는 이민자 부모들이 꽤 많다. 하물며 아이들이 방학이나 절기를 맞아도, 예전과 달리 미국 내에 갈 곳이 없는 기러기 엄마들의 아이들은 우울증에 걸리거나, 아니면 탈선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이런 이유로, 기러기 엄마들이 반드시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면, 가능한 한 아이들이 대학교에 입학 한 후 적어도 한 학기를 함께 지켜본 후에 그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명문대학에 들어간 것이 그 아이들의 행복을 보장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엄마가 그 지긋지긋한 짐을 벗어버리고 한국에서 자유함을 누리고 있는 시기에, 고생 고생해서 키운 아이들은 대학문화라는 새로운 세상 속에서 몸서리치고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졸업시즌은 끝나가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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