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대국 브라질은 한 때 ‘미래의 나라’로 불렸다. 광대한 영토, 풍부한 자원 등 발전 포텐셜이 큰데도 잘못된 정책으로 현재는 항상 못사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2년 빈민 노동자 출신 룰라 다 실바가 4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되자 사정이 달라졌다. 좌파 성향의 그는 집권하자 예상을 깨고 시장 친화적 정책을 폈으며 이와 함께 외국 자본이 몰려들고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경제는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는 이렇게 창출된 부를 빈민 구제 프로그램을 확충하는데 써 저소득층의 생활도 향상시켰다. 2006년 재선에 성공한 그는 2010년 퇴임할 무렵 지지율이 90%에 이르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겼다. 한 사람의 정치 지도자가 나라의 운명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이보다 분명히 보여줄 수는 없다.
북미에도 브라질과 닮은 나라가 있다. 광대한 영토와 풍부한 자원을 갖춘 성장 잠재력이 크면서도 만년 개발도상국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나라. 바로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다. 이 나라가 이렇게 된 데는 1929년부터 2000년까지 장장 이 나라 정치를 말아먹은 제도혁명당(PRI) 탓이 크다.
장기 독재를 하면서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경제 개혁을 비롯한 아무런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멕시코 만에서 쏟아져 나오는 석유도 국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기보다는 정치 세력과 결탁한 특정 이권 집단의 배만 불려줬을 뿐이다.
국민들 불만이 터지기 일보직전이던 2000년 정치 개혁을 통해 평화적으로 야당의 비센테 폭스에게 정권이 넘어갔으나 의회에서 PRI가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바람에 개혁다운 개혁을 해보지도 못하고 물러났다. 2006년 그 뒤를 이어 개혁 성향의 칼데론이 당선됐으나 그 또한 기대를 채우지 못하자 멕시코 국민들은 지난 주말 열린 대통령 선거에서 12년 만에 다시 제도혁명당 후보인 엔리케 페냐에게 정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일부에서는 구태의연한 옛날 정치로의 회귀라며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나 올해 46세를 맞는 페냐는 생긴 것부터 구식 정치인과는 달라 보인다. 초등학교 반장 시절부터 대통령을 꿈꿔온 그는 본인도 배우 못지않은 미남이지만 아내도 최고 인기 여배우라 벌써부터 ‘멕시코의 케네디’를 연상케 한다는 말을 듣고 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불구, 체스의 달인답게 정치력도 뛰어나다는 평이다.
그는 시장 친화적 정책을 통해 멕시코를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PRI가 의회를 장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현 집권당인 PAN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과연 그가 마약과 빈곤, 부정부패에 시달리고 있는 멕시코를 선진국 대열에 끌어올려 놓을‘북미의 룰라’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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