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은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우리의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는 아마도 크고 작은 형태의 갖가지 나무들과 넓고 좁은 모양의 갖가지 나뭇잎 그리고 울긋불긋 여러 가지 색을 짙고 옅게 담은 갖가지 나뭇잎이 지어낸 아름다움일 것이다. 한마디로 다양성(多樣性, Diversity)의 조화가 빚어내는 아름다움이다.
나는 지난 8월 천체물리학자 호킹 박사(Stephen Hawking)가 런던 장애인올림픽(Paralympic) 개막식에서 한 메시지를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 그의 훌륭한 메시지는 전 세계의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의 마음을 고무시켰다. 메시지 가운데 특별히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대목은 “모든 사람을 획일적으로 규정할 그런 인생의 표준(標準)은 없다”는 말이었다. 혹시 이번 장애인올림픽 개막식을 못 본 분들을 위하여 영어 원문을 그대로 실어 함께 나누고 싶다. “There is no such thing as a standard or run of the mill human being”
비장애인에 비하여 대단히 힘든 큰 육체적 장애의 인생을 살고 있는 호킹 박사의 개막식 메시지는 듣는 이들의 마음에 매우 큰 감동을 주었으리라 생각된다. 그 것은 아마도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운 극심한 장애의 고통과 경험에서 우러나온 깊은 고뇌와 성찰 그리고 위대한 인간 정신에서 나온 메시지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에 표준은 없습니다.”
나는 이 말이 앞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키워드(Keyword)가 되었으면 한다. 이 말은 완전한 인간을 규정할 획일적인 기준이나 표준이 없다는 뜻일 것이다. 다른 말로 인간 모두가 표준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 사회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표준 인생’을 전제하며 살았다. 그 표준인생에 도달하기 위하여 이를 악물고 무던히 애를 썼습니다. 자신을 사회에서 인정하는 ‘표준인생’이라 생각하면 스스로 대견해 하기도 하고 우쭐하기도 했고, 아직 표준인생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여기면 불만족하고 결핍감을 느끼며 열등감 가운데 살기도 했다.
‘인생에 표준은 없다’는 호킹 박사의 메시지는 획일적 가치가 아닌 인생의 고유성과 다양성을 전제로 하는 말이다. 사실 인생에 표준은 없다. 키가 큰 사람만이 인간의 표준이 아니다. 키가 작은 사람도 인간의 표준이다. 백인만이 인간의 표준이 아니다. 서양(西洋)이 세상의 표준이 아니다. 잘 생기고 신체 조건이 좋은 비장애인만이 인간의 표준이 아니다. 대가족 혹은 부모와 자녀가-그 것도 아들 딸 골고루 있는 가정만이 표준이 아니다.
키가 작아도, 한국인처럼 유색인이어도, 동양(東洋) 사회도, 장애인도 인간의 표준이요 세상의 표준이 될 수 있다. 자녀 없는 가정도, 결손 가정도, 조손(祖孫) 가정도 가정의 표준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인생과 사회의 다양성에 대한 깨달음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성(性), 나이, 인종, 경제능력, 장애 유무에 따라 서열화하거나 획일화하지 말고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우리는 그러한 지혜를 유전자 다양성이나 갖가지 나무들이 어울려 빚어내는 가을 산의 아름다운 단풍처럼 생물 다양성에서 얻을 수 있다.
“인간의 표준은 없다” 누구나 ‘자기 자신’이면 된다. 누구나 있는 그 자리에서 하느님께서 내려 주신 ‘인간 정신’과 ‘인간의 존엄성’을 발휘하면서 위대한 가치를 창조하고 더 큰 성취를 이루어내며 행복하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이 말을 듣자니 늘 어떤 ‘표준이나 기준’에 도달하려던 마음의 강박감을 내려놓게 된다. 모두가 다 나와 똑같이 소중한 인생이다. 표준이 없으니 우열도 차별도 없어진다. 모두가 각자 자기의 고유성과 독창성의 가치를 지닌 가운데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서로 하나요, ‘우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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