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수요일 미 연방대법원에서는 방청객들이 새벽부터 도열하여 입정할 정도로 관심이 지대한 사건의 심리가 있었다. 휘셔 대 텍사스(주립)대학교(UT) 사건으로 원고와 피고의 변호사들이 최신참자인 엘레나 케간 판사를 제외한 8명의 대법원 판사들 앞에서 공방전을 전개했다. 케간이 빠진 것은 자신이 오바마 행정부의 대법원 담당 최고위 변호사 시절에 이 사건에 관여했었기에 자진으로 불참여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애비게일 휘셔는 2008년에 텍사스 수도에 위치한 UT에 지원했다가 입학이 거절된 백인 여학생이다. 주립대학들 중 평판이 높은 UT는 텍사스주 고등학교 졸업생들 중 성적이 최고 10% 권에서 신입생들을 약 75% 뽑고 나머지를 입학시키는데 있어서는 학교 인구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종 등 여러 요소들을 고려한단다.
휘셔는 졸업반의 상위권 10%에 들지 못했지만 입학된 흑인들이나 히스패닉 학생들이 자기보다 성적이 뒤떨어졌기 때문에 차별을 당했다고 제소를 한 것이다. 사족을 달자면 연방 지방법원 그리고 연방 항소법원을 거쳐 대법원까지 사건을 진행시키자면 줄잡아도 200내지 300만불이 필요할 것이라서 아마도 보수적인 법률 연구단체의 도움을 받았음직하다.
인종차별 철폐 조처는 미국의 흑인 차별 역사를 청산하기 위해 마련된 일련의 조처들이다. 1863년 1월1일에 공표된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 선언으로 흑인을 사람 취급 안하던 관습이 일소되고 흑인들이 백인들과 평등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던 것은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의 유치한 생각이었다. 교육 분야만 생각해 보자. 흑인들이 아무리 똑똑하고 공부를 잘해도 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대학에서 입학을 시키지 않았던 게 20세기 중반까지의 풍경이었다.
메릴랜드 법과대학에 서굳 마샬이란 흑인 청년이 1930년에 입학 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해 DC에 있는 흑인대학 하워드 법대로 진학한 것이 한 예이다. 그가 존슨 대통령에 의해 대법원 판사로 임명되었으니까 메릴랜드는 대법원 판사를 배출했다는 자랑거리를 스스로 배척한 셈이다.
또 1954년에 흑 백인들의 분리교육이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었지만 버지니아주는 아예 공립학교를 문닫아버림으로써 대규모 항쟁을 한 적도 있었다. 대학과 전문대학원에 진학하려는 흑인 학생들의 법적인 투쟁으로 흑인 학생들의 수가 점점 늘어났지만 흑인들의 인구 비례(10%)에는 미치지 못했다. 과거의 차별로 인한 흑인들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차별 철폐 조처가 있어왔다. 예를 들면 백인들보다 성적이 못하더라도 입학시켜 학교가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도록 하여 다음 세대의 지도자들이 백인 주류사회 만이 아니라 소수 민족계에서도 배출되도록 하는 것이 사회 통합에 기여한다는 공감대가 미국 사회와 정계에 형성되었다.
그러자 백인들 중에서는 역차별을 당했다고 고소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1977년에는 알란 바키란 백인이 흑인들과 역사적으로 차별 받았던 소수 민족계에게 일정한 수의 학생 선발을 배정하는 캘리포니아대 의과대학의 방침에 위헌이라는 고소 사건을 연방대법원까지 진행시켰다. 대법원은 인종에 따른 할당량은 위헌이라고 하면서도 학교들이 다양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각 지원자의 인종을 하나의 요소로 고려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2003년에는 미시간 대학 학부와 법과대학 사건이 대법원에서 결정되었다. 학부에서는 흑인이나 히스패닉에게는 일정한 점수를 주곤 했었는데 그것은 위헌이라고 판결된 반면 법과 대학에서 좀 더 주관적인 선발 방법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판결이었다.
그 때 대법원의 결정문을 쓴 저자는 최초의 여 판사였던 샌드라 데이 오코너였었는데 그는 은퇴하고 그 후임에는 사무엘 얼리토란 보수 성향의 판사가 임명된 바 있다. 이번 수요일의 방청석 앞자리에는 오코너 전 판사가 착석해 있었다고 보도되었다.
이번 휘셔 사건이 큰 관심을 끄는 이유는 미국 사회가 인종 차별을 많이 극복했기에 이제는 학생 선발에서 인종이 아니라 자격만을 고려할 때가 되었다고 보는 보수 진영과 아직도 소수 민족에게는 특별 배려가 필요하다는 진보 진영 사이에 누가 승리할 것인가가 사회 전반과 학생 가정들에 미치게 될 영향 때문이다.
그런데 현 제도 아래서는 소수 민족들 사이에서도 차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시간 학부의 2006년도 입학생들을 분석한 결과 성적이나 SAT 시험 결과가 비슷한 흑인들은 입학 가능성이 96%인데 비해 아시아 학생들은 11%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많은 법과대학들이 일정한 학교 성적과 법대 적성 시험 성적을 가진 흑인들은 다 입학시키는 반면 그와 비슷한 성적을 가진 백인들은 90%나 입학을 거절한다는 결과도 있다.
휘셔의 경우 만약 보수 대 진보로 대법원 판사들이 4대4 판결을 한다는 선례가 되지 않고 2003년도 미시간대학 사건이 판례로 남게 될 것이다. 내년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 판결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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