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점잖은 목사님은 산타 모자를 쓰고 나오셨고 휠체어에 의지한 장애우는 사슴 뿔 머리 장식을 하고 나타났다. 경쾌한 징글벨 음악이 나오고 무대와 테이블마다에서는 섬김과 사랑과 축복이 가득 넘쳐났다.
1일 저녁 센터빌의 와싱톤중앙장로교회 다목적실에서는 아주 특별한 잔치가 열렸다. 버지니아한미장애인협회(KADPA, 회장 수잔 오)에서 마련한 크리스마스 파티였다.
이날 행사에는 회원 가족과 자원봉사자들, 교회 관계자 등 250여명이 참석해 성탄의 즐거움을 함께 나눴다.
파티는 와싱톤중앙장로교회 소속 청년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장애인 자원봉사자 그룹인 에버그린 프렌즈(Evergreen Friends) 밴드의 신나는 음악으로 막을 열어 3시간 동안 진행됐다.
클라이맥스는 이날의 주인공들인 장애우들이 마련한 장기자랑 순서였다. 조셉은 엄마와 함께 피아노를 치며 ‘떴다 떴다 비행기’를 신나게 불렀다. 지우는 부채춤을 멋지게 선보였고 피터는 트럼펫을 흥겹게 연주했으며 성수는 프로 뺨치는 드럼 연주로 무대를 사로잡았다. 클라라는 피아노로 대미를 장식했다. 연주와 춤, 노래를 하는 순간만큼, 그들은 장애자가 아니라 누구보다 건강한 10대와 20대 젊은이였다.
객석은 어느 세계적 명장의 음악회에서보다도 더 큰 박수로 화답했다. 그들이 보여준 장기 뒤에 숨은 피와 눈물의 의미를 알기 때문이었다. 한 부모는 “일반 아이들이 50번만 연습하면 되는 것을 우리 아이들은 1만번을 연습해서 보여주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박성호 목사(와싱톤중앙장로교회)는 말씀을 통해 “하나님은 이 세상 모든 사람을 차별없이 사랑한다”면서 “그 차별 없는 사랑을 마음 깊이 간직하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허범회 총무의 사회로 1부 노래와 말씀, 2부는 에디 리의 사회로 김재동 목사의 기도에 이어 잡채, 갈비, 떡볶이 등 맛있는 저녁식사를 나누면서 회장 인사, 시상, 장기자랑, 마술쇼, 단체 사진 촬영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마지막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출연해 선물을 증정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또 행사 내내 간이 스튜디오를 마련해 가족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수잔 오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협회가 알려지면서 잘 나오시지 않던 장애우와 부모님들도 많이 참석하시고 다른 주에서도 연락이 와 보람을 느낀다”며 “협회는 장애우 가정의 가이드와 등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회장은 그동안 협회를 적극 후원해준 최평란 글로벌어린이 재단 버지니아회장에게 감사패를, 협회운영에 남달리 봉사해준 백현미 회원에 공로패를 증정하며 고마움을 기렸다.
VA 한미장애인협회는 2001년 창립됐으며 다운증후군, 자폐증, Rett’s Syndrom 및 기타 선천적이거나 이유를 알 수 없는 여러 정신 발달 지체 장애 가족들이 회원으로 있다. 봄과 가을 야유회, 수영장 모임, 에버그린 캠프, 크리스마스 파티 등을 개최하며 장애우 가족 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상호 경험을 공유하며 건강정보도 나누고 있다.
웹사이트 www.vakadpa.org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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