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에만 5차례 공식 방문
지인 많지 않지만 초등 동창등 있어
대한민국의 첫 여성 대통령의 신화를 쓰게 된 박근혜 당선인은 워싱턴과 적지 않은 인연을 맺었다. 박 당선인은 2000년 이후에만 5차례 워싱턴을 방문하면서 한인사회와도 남다른 교분을 가졌다.
1998년 오랜 은둔생활을 끝내고 정계에 입문한 박 당선인은 그해 4월 한나라당 후보로 대구에서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그가 국회 입성 후 처음으로 워싱턴을 찾은 건 2001년 1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을 위해서였다. 사촌형부인 자민련의 김종필, 한나라당의 김덕룡, 이부영 의원 등 20여명의 의원이 이 취임식에 참석했다. 당시 한인사회에서는 문흥택 워싱턴한인연합회장을 비롯해 친분이 있는 정치인들을 맞으러 40여명이 덜레스 공항을 찾았다. 당시 박근혜 의원은 모든 취임식 행사에 한복을 입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박 의원은 그해 9월로 예정된 주미대사관 국정감사 참가를 위해 캐나다에 왔다 9.11 사태로 발길을 돌렸다.
박 의원은 2003년까지 두 차례 더 워싱턴을 찾았다. 하지만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한 전후라 언론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당시 주미대사관 입법관으로 박 의원을 세 차례 영접했던 이한길 변호사가 소개하는 일화다.
“한번은 강서면옥 주방장이 대사관으로 전화를 해왔습니다. 육영수, 이순자 여사 시절에 청와대 주방에서 일했다는데 박 의원에 밥 한 끼라도 꼭 대접하고 싶다는 겁니다. 이 여사와 달리 육 여사는 너무 잘해줘 그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는 거지요. 그 이야기를 전했더니 박 당선인은 감격해 빡빡한 일정을 쪼개 그 식당을 찾아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2004년 한나라당이 차떼기 정당으로 몰리는 등 급락하자 3월 당 대표에 취임한 그는 잠재적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다음해인 2005년 3월 당 대표 자격으로 다시 워싱턴을 찾았다. 그리고 15일 저녁 타이슨스 코너의 더블트리 호텔(현 웨스틴 호텔)에서 처음으로 동포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최병근 미주총연 회장, 김영근 워싱턴 한인연합회장, 고대현 북버지니아한인회장 등 수백명이 참석했다.
박 대표는 당권과 대권 분리 방침에 따라 대선을 1년 앞둔 2006년 대표직을 사퇴하고 대선 가도에 뛰어들었다. 대선의 해가 열린 2007년 2월 박 전 대표는 다시 워싱턴 비행기에 올랐다. 대선 후보로서의 방미였다. 그는 13일 저녁 타이슨스 코너 더블트리 호텔에서 워싱턴의 지지자들이 마련한 환영회에 참석했다.
눈으로 인한 교통체증으로 2시간이나 늦게 열린 이날 행사에는 수백명이 참석했다. 박 전 대표가 화사한 한복 차림으로 입장하자 여기저기서 “너무 곱다”라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평상복 차림으로 행사장인 호텔에 도착한 그는 30분동안 한복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매만지는 등 환영회 ‘패션’에 세심한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장년층들은 “생전의 육영수 여사를 보는 것 같다”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해프닝도 있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보스턴 공항에서 워싱턴행 비행기를 타는 과정에서 10분간 정밀 검색을 받았다. 워싱턴의 환영회에 한복차림으로 참석하기 위해 머리를 틀어 올리느라 꽂은 머리핀이 문제였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당 경선에서 패배한 후부터 박 당선인의 워싱턴 나들이는 없었다.
박 당선인은 일찍부터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는 등 일반인과의 접촉이나 교류가 없었던 관계로 워싱턴 지역에 가까운 지인은 거의 없다. 장충초등학교와 성심여중, 성심여고, 서강대로 이어지는 학교 동문들과의 인연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충초등학교 동기생으로는 본보 유지형 볼티모어 총국장 등이 있다. 워싱턴교회협의회장을 지냈던 최호택 목사(최바울로 개명)는 박 당선인의 성심여중고의 국어 선생님으로 인연을 맺었다고 전해진다.
첫 부녀 대통령에 첫 여성 대통령이란 새 역사를 쓴 박근혜 당선인은 내년 상반기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서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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