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에 워싱턴 지역의 한 여행사가 주관한 관광투어에 참가했다. 고국의 내장산, 계룡산, 대둔산의 단풍을 즐기는 산행으로 시작하여,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관광하는 코스였는데 매우 상품가치가 높아 투어를 끝내고 서울에 돌아와서도 찍어온 사진들을 친지들과 함께보며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내겐 한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우리가 다녀온 내장산 계룡산 대둔산은 산세가 매우 좋고 단풍이 아름다운 산들이었지만, 산행에 나선 구름떼와 같은 사람들 틈에서, 나는 학창시절에 즐기던, 생각하며 호젓하게 걷는 산행을 그리워 하게됐다.
내 이야기를 들은 친지 한명이 그렇다면 제주에 있는 “오래"길을 함께 걸어보자고 하여 우리는 그 다음날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제는 제주의 명물이 된 이 올레길은 1코스에서 14 코스까지 있는데, 자동차로는 40분이면 갈 길을 하루종일 걸어야 하는 더디고 아름다운 길이다.
이 길을 걸으면 순간 순간 나타나는 자연의 변화에 황홀해 하다가도, 어느 코스에서는 충만한 단조로움과 무료함에 놀라기도 한다.
이 길은 운동하듯이 빠르게 걷는 코스가 아니라, 복잡한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바람과 나무와 돌과 바다와 친구가 되어 걷는 여유로움의 길이다.
우리는 몇 코스까지 끝낸다는 목표도 없이 가는데 까지 가리라 하는 마음으로 떠났다. 가다가 피곤하면 앉아서 쉬고, 쉬다보면 또 갈 의욕이 생겨 다시 걷고 하면서 우리는 11코스까지 끝낼 수 있었다.
올레 길을 걸으며 새삼 깨달은 것은 먼 길을 가려면 절대로 빨리 갈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느리게 그러나 꾸준히 걷는 것이 멀리 갈 수 있는 지혜이다.
그리고 느리게 걸을 때에야 비로소 주변의 작은 들풀들과 작은 야생화와 작은 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나무위에 앉아 우는 새소리가 들려오고 바닷물의 철썩이는 파도소리도 들려온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매우 유익한 일이다. 길을 걷다보면 세상에 살면서 미워하고 증오하고 시기하던 부질없던 일들이 깨끗이 잊혀지고, 마음이 깨끗해 짐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삶 속에서 팍팍해진 마음 밭이 어느덧 넉넉해지고 푸근해 짐을 느끼게 된다.
길을 걸으며 주변의 자연을 즐기다 보면, 자연이 주는 위로와 평화는 오직 신만이 우리에게 주는 좋은 선물임을 깨닫게 된다.
인간이 거대한 도시를 만들고, 그 속에 모든 물질 문명을 이루며 살고 있지만, 그 속에는 평안과 위로와 감동이 결여 되었기에 루소는 우리에게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외쳤는지도 모른다.
삶의 무게로 마음이 무거우신가? 먼 길을 서서히 걸어보라. 길 위에서 삶의 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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