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가 지난주 개봉했다. 재미있으며 거칠 것 없는 솔직한 액션 영화다. 몇몇 웃음 포인트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시골 동네에 침입한 악당이 할머니가 쉬고 있는 가게에 들어가 주인공의 등을 총으로 쏘려 하자, 할머니는 자기 가게에 들어온 악당에게 ‘무당횡단은 안 돼’라고 얘기한다. ‘이 늙은 할망구’라는 대꾸에 할머니는 앉아있던 흔들의자 뒤의 엽총을 꺼내 악당을 향해 주저 없이 쏜다. 악당은 유리창 너머로 쓰러지고, 주인공은 할머니 때문에 목숨을 구한다. 예상치 못한 할머니의 대처가 웃음을 자아내고, 재미있던 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웃으면서도 기분이 깔끔하지 못하다. 왜 일까.
총기소유의 권리를 주장하는 많은 미국인들은 총기를 소유함으로써 자신을 위험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총기로 개인의 목숨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권리가 헌법으로 보장되어 있고, 법률 이전에 미국의 역사이자 문화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혼자 힘으로는 의자에서 일어서지도 못할 것 같은 할머니가 총을 쏨으로써 자신도 구하고 주인공까지 구하는 장면은 총기보유를 찬성하는 미국인들의 자연스러운 의식의 반영이다.
어쩌면 총기 소유 문제는 더 나아가 폭력과 섹스의 비디오 게임이나 영상물에 대한 문제와 맞닿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총기를 소유하는 것이 개인의 권리이듯, 폭력과 섹스의 표현 역시 자유권의 문제이다. 개인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는 법으로 보장되어야 하며, 침해되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집안의 총기를 아들이 학교에 가지고 가서 학교 친구들과 교사들을 향해 난사한다면 그것도 나의 권리와 자유의 문제로 해석될 것인가. 프라임 시간대에 TV에서 방영되는 사지가 잘려 나가고 피가 튀는 게임 광고를 아버지와 일곱 살 아이가 앉아서 보고 있다면 그것 역시 권리와 자유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인가.
TV 가족 쇼프로그램에서 열여섯 살 소녀들의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댄스를 보며 아버지와 열 살 아이가 걸 그룹 멤버들 중에서 누가 더 예쁜지 설전을 벌인다면 그것도 단순히 권리와 자유의 문제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주변에는 이런 문제로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럴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이 유용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나는 총을 가지고 가족을 지킬 수 있지만, 나의 아이에게 총을 들려 학교에 보낼 수 있는가. 나는 걸 그룹의 공연을 즐길 수 있지만, 나의 아이에게 걸 그룹의 섹시 댄스를 보며 그것이 최고의 문화인 냥 동경하도록 할 수 있는가. 나는 머신건으로 적들을 파괴하는 피 튀기는 비디오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지만, 나의 아이가 그 게임의 광고를 보는 것도 괜찮다고 할 것인가. 나는 마약 폭력 영화를 보면서 영화 주제를 논의할 수 있지만, 아이를 영화관에 데려가 아이도 다 이해할 것이라고 믿을 것인가 라고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이 모든 폭력을 소화할 만큼 정신적으로 건강하며 안정되어 있는가라고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규제 안이 지난주에 발표됨으로써 이제 정치권과 사회는 총기규제를 공식 의제로 다룰 수밖에 없게 되었다. 미국의 총기소유 역사와 문화, 전통은 더 이상 상식이 아니게 되어야 할 것이다. 나의 아이에게 총을 들려 학교에 보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 많은 미국의 역사와 문화와 전통은 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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