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 집에 놀러갔다 벽에 걸린 어느 무명(無名) 화가의 그림을 보았다. 아주 깊은 인상을 준 그 그림은 사람을 그린 그림이었다. 큰 머리통에 눈과 입은 그 얼굴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크고, 귀와 코는 보통인데 두 다리는 그 상체를 도저히 지탱할 수 없을 만큼 아주 가늘고 약해 보였다. 정말 이 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기형인(畸形人)이었다. 나는 그 기형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보았다.
육체적인 활동에 비해 정신적인 활동이 너무 많아서일까, 현대인의 머리는 갈수록 커지고 다리는 갈수록 약해진다. 그리고 남의 험담과 잘못된 것만을 찾아보려고 해서인지 눈은 클 대로 커지고 자기변명과 자기 선전하기에 입은 광주리만큼 커진 사람들도 많다.
그 화가는 그 그림이 바로 현대인이라는 것을 가르키고 있었다. 과연 그럴 듯하다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보기에 흉측한 기형인이 바로 현대인이라? 정말 아찔했다. 요새 사람들은 거의가 실천 가능성 없는 가상론 즉 비현실적인 이론과 터무니없는 공상으로 머리만 커졌고 활동력은 전혀 없다.
일은 하기 싫어하고 걷기도 싫어해서 자동차만 타고 다녀 다리가 빼빼 말라 힘이 없어 보이고, 눈과 입은 굉장히 커졌다는 것이다.
마음은 항상 선(善)한 마음으로 여러 사람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머리통은 바른 생각을 구상하고, 귀는 만민의 옳은 말을 들어야 하고, 눈으로는 바른 것만을 봐야 하고, 코로는 냄새를 제대로 맡아야 하며 입으론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충분히 검토한 후에 뱉어 놓아야 하거늘 자기변명과 자기자랑 가당치 않은 것들을 떠들어 대느라 커질 대로 커진 입, 이것이 바로 오늘날 기형(畸形)의 현대판 정치인들이라 마냥 슬프기만 하다. 국민을 우롱하며 말로는 나라 사랑과 겨레를 아낀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나라를 좀먹는 일은 예사로이 하는 게 그들이다.
겨레의 장래를 망치는 일과 헐뜯는 일만을 골라서 하고 있는 판이라 정치가 개판(?) 이라는 손가락질을 당한다. 저만 잘 살면 그만인 양으로 제 잇속 차리기 급급하니 결국 나라꼴이 엉망이다. 그러다 결국은 자신도 망치고 나라도 망하는 꼴이 되고 말기에 민초(民草)들은 매우 불안스럽기만 하다.
그러므로 불안과 불신이 바로 현대인상이라 나는 그 기형인의 그림을 생각하며 나를 대조해보곤 할 때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지긋이 눈을 감고 마음의 거울로 나 자신을 살펴볼라치면 내 눈과 입, 내 귀와 코 그리고 내 머리통이 그 그림보다 오히려 더 커 보일 때가 있어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다. 호흡이 막히고 온 정신이 마비되는 듯한 느낌 속에 소름 끼치는 슬픔을 깨물어 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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