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7주년을 기념해 세워진 인천 자유공원의 맥아더 동상을 둘러싸고 2004년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인천지역 시민단체와 보존을 주장하는 보수단체들 간에 시비가 붙었다. 시민단체는 그의 동상 철거를 주장한 반면, 보수단체는 장군이야말로 남한의 공산화를 막아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우리 민족의 ‘은인’으로 동상 철거는 배은망덕이라며 보존을 주장했다.
동상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자 미국 측은 당시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헨리 하이드 위원장 등 의원 5명의 공동 명의로 동상 훼손과 철거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담은 서신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서신에서 이들은 맥아더 장군이 주도한 인천상륙작전이 실패했다면 오늘의 한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동상 철거를 위한 훼손 행위가 계속된다면 차라리 미국인들에게 동상을 양도해줄 것을 제안한다며 한국 측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맥아더 동상은 우리의 역사다. 나쁜 것은 나쁜 대로 좋은 것은 좋은 대로 기억해야 한다. 동상을 그대로 두고 역사로서 존중해야 한다”며 철거반대 의사를 밝혔다. 조선총독부 건물을 허문 YS와는 달리 역사로서 동상을 보존키로 한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LA시 남단 샌피드로 해안가 언덕에 지난 1976년 미국 독립 200주년을 기념해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기증한 ‘우정의 종’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한미 우호를 상징하는 종’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종각의 청소와 관리가 제때 되지 않아 조류 배설물과 쓰레기로 뒤덮인 채 방치되어 있는 흉측한 모습을 볼 때면 우정은커녕 배신감을 넘어 모욕감을 느끼게 된다.
종각의 관리책임을 맡은 LA시는 재정난으로 예산타령만 할뿐 아예 손을 놓고 있다. 그나마 한인 봉사단체인 우정의 종 보존위원회가 종각 보존을 위해 동분서주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종각은 지금쯤 거대한 쓰레기 하치장으로 변했을 지도 모른다.
종각 보수비용도 여지껏 한국 정부가 부담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보존위가 모금 활동을 계획하는 등 나름대로 안간힘을 쓰고는 있지만 한인커뮤니티의 관심과 참여엔 분명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달리 무슨 뾰족한 해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알다시피 한미 우호의 상징물인 우정의 종이 우정의 의미는 간 곳 없고 무관심과 냉대 속에 애물단지가 된지 오래다. 그렇다면 그처럼 계속 버림받게 내버려두느니 차라리 종을 고국의 품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은 어떨까.
맥아더 동상이 논란이 되자 미국 의원들이 미국에 동상을 양도해줄 것을 한국정부에 제안했듯, 홀대 받는 우정의 종을 회수해 고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허용해줄 것을 미국 정부에 요청할 소신 있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없을까. 하기야 미국을 향해 어쩌다 쓴 소리라도 한마디 하면 대뜸 반미 종북 좌빨로 매도당하는 판이니 정치 생명을 걸지 않는 한 누가 감히 그럴 수 있을까 싶기는 하지만 말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