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전,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병원의 산부인과에서 이상한 현상이 관찰되었다. 인근 병원들에 비해 산욕열로 사망하는 산모가 유난히 많다는 것이다. 6명중 1명 사망이라는 높은 치사율의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조사에 나선 헝가리 출신 의사 이그나즈 제멜바이스는 병원의 구조에서 힌트를 얻었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분만실과 영안실, 그 둘을 오가는 의료진의 습관을 관찰한 결과, 그들이 영안실에서 시신을 만진 뒤 손을 씻지도 않고 분만실에서 아기를 받는 것을 목격했다. 산모의 사망이 의사의 위생관리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 유추하고, 복도에 손 씻는 장소를 마련해 모든 의료진의 손 닦기 의무화를 실시했다. 그 결과 사망률이 36명중 1명으로 급감했다.
그렇지만 이그나즈에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산욕열 예방, 사망률 감소라는 훌륭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병원 동료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결국 오스트리아에서 추방까지 당한 것이다. 후에 모국으로 돌아가 부다페스트 대학의 교수로 근무하며 논문과 책을 냈지만 번번이 인정받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이그나즈가 그토록 무시당한 결정적인 이유는 그의 독단적인 성격에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조직사회에서 인간성 결여로 구설수에 오르거나 해고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요즘 기업의 채용 트렌드를 살펴보면 “이 지원자는 우리 회사의 문화와 어울리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으로 인간성 확인에 초점을 두고 있다. 노스웨스턴 대학의 로렌 리베라 교수팀의 최근 연구 결과가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회사에서 직원을 뽑을 때 지원자의 역량을 우선적으로 보고, 그런 인재를 가려내기 위해 서류전형에서 먼저 걸러내고 인터뷰를 통해 능력을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리베라 조사에 따르면, 지원자의 능력과 경력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치명적으로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문화적 동질성에 있다는 결론이다.
채용 담당자는 동료들과의 소통, 융화 여부는 물론 ‘나와 얼마나 비슷한 취향을 가졌을까’에도 관심을 쏟는다. 심지어 채용에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췄지만 자신이 즐기는 라켓볼 운동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탈락시킨 경우도 있다. 결국 입사의 관문은 마치 남친이나 여친을 선택하는 과정과 흡사하다. 어차피 비슷한 실력을 지닌 지원자라면 무엇인가 서로 끌리는 상대를 먼저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문화적 동질성을 다른 그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딜로이트 컨설팅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영자 94%가 “회사의 문화는 곧 회사의 성공과 직결된다”고 대답했다. 또한 그들은 “아무리 훌륭한 업적을 가진 지원자라도 우리 회사 분위기와 궁합이 맞지 않으면 고용하지 않겠다”라고 입을 모았다. 지원자의 부족한 경험, 능력, 기술은 입사 후 얼마든지 훈련시킬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문화소양은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라는 신념에서 오는 결정이다.
대학 입시의 트렌드도 기업과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합격률이 한자리 수로 내려앉은 대학들의 입학사정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우리 대학 지원자의 70%는 눈감고 뽑아도 모두 훌륭하게 학업을 해낼 인재들이다. 그렇지만 15명 가운데 1명을 가려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자연스레 호감 가는 지원자에게 먼저 눈길이 간다.” 그렇다면 호감 가는 지원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어느 아이비리그 대학의 입학 사정관은 이렇게 대답했다. “앞으로 4년을 캠퍼스에서 같이 지내며 삶을 나누고 싶은 지원자다.”
이런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여전히 높은 점수에 우쭐하고 화려한 스펙으로 자신만만한 지원자는 ‘헛똑똑이’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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