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에 뉴욕 맨해튼의 파파존스 피자점 종업원이 한인 여성 고객의 영수증에 이름 대신 아시안을 비하하는 ‘찢어진 눈을 가진 여성’이라고 적어 넣어 물의를 빚은 데 이어, 애틀랜타 스타박스 커피숍 종업원이 역시 한인 고객이 주문한 음료를 담은 컵에 찢어진 두 눈을 그려 넣어 또다시 말썽이 났었다. 한편, 올해 1월 경기장에서 박지성 선수를 향해 “칭크(chink,’찢어진 눈을 가진 동양인’이란 뜻의 비속어)를 끌어내라”는 등의 모욕적인 말을 한 영국 남성이 자국의 차별금지법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외신이 전했다.
이처럼 해외동포들이 백인들의 아시안에 대한 뿌리 깊은 인종적 편견으로 크고 작은 수난을 겪고 있을 때, 우리의 고국에서도 이주민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이 단지 외모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혹심한 인종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비록 빙산의 일각이지만 지난 몇 년간 언론에 보도된 몇몇 사례만으로도 한국 내에서 세대를 초월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 인종차별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이내 가늠할 수 있다.
방글라데시 출신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초등학교 4학년생 이스마엘 우딘군은 어느 날 급우들이 ‘반에서 가장 재수 없는 아이’를 뽑는 투표를 하고 나서 교실 뒤로 끌려가 매타작을 당했다. 이 일이 있은 후 우딘군은 “고통 없이 죽는 방법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어린 것이 얼마나 충격을 받았으면 그런 말을 했을까 싶다.
또 어머니가 베트남 출신인 어느 초등학생에게 또래들이 “베트남에서는 손으로 음식을 먹지 않느냐”며 스푼을 빼앗기도 했고, 신발까지 빼앗아 양말만 신고 귀가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정말 무서운 아이들이다. 대체 무엇이 순진무구해야 할 동심을 이토록 병들게 했을까?성공회대 연구교수인 인도 출신 보노짓 후세인씨는 어느 날 시내버스에 탔다가 “더러워, 이 냄새나는 새끼야”라는 등의 모욕적인 말을 들으며 쫓겨나다시피 했다. 또 한 우즈벡 출신 귀화 여성은 부산 동구 초량동의 집 근처 사우나에 갔다가 “피부색이 다르면 손님들이 싫어 한다”며 직원과 주인이 제지해 들어가지 못했다. 그녀는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전셋집을 얻지 못했고, 식당 출입을 거절당하기도 했다.
일제 때 일본식당이 ‘조센징과 개는 출입금지’라는 경고문을 붙인 적이 있다. 짐승 취급을 당했던 것이다. 관동대지진 땐 단지 조선인이란 이유로 6,000여 명이 학살당했다. 그런 쓰라린 차별대우를 받은 피해자인 우리 민족이 어느새 아이들까지 가해자가 되어 타민족을 괴롭히다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사람 사는 곳에 인종차별이 전혀 없을 수야 없겠지만 어쩜 한국처럼 출신 국가나 인종에 따라 노골적으로 차별을 하는 고약한 나라도 지구상에 드물 것이다. 백인들에겐 비굴할 정도로 굽신거리면서 흑인 등 유색인종에겐 턱없이 무례하게 구는 한국인들의 간교한 이중성에 비하면, 까짓 백인들의 ‘찢어진 눈’ 같은 표현쯤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고 하겠다.
이른바 ‘아린쥐’ 영어 몰입교육 열풍 속에서도 유독 흑인 영어강사만은 수강생이 없어 취업을 못하는, 지독히도 인종차별적인 나라의 국민이 ‘국보’ 박지성이 모욕을 당했다며 분노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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