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성공하는 학생과 도태되는 학생의 차이는 무엇인가.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신경과학, 경제학, 엔지니어링, 심리학, 음악이론, 생물학 등 10여개 분야의 교수 20여명에게 물었다. 성공의 비결을 말할 때 그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아 사용한 단어는 ‘engage’였다. 그 단어에는 ‘적극적 관심을 갖고 참여하다’ 그리고 ‘결속을 약속하다’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즉, 강의실에서는 자율적인 질문을 던지고, 의미 있는 교내외 활동을 통해 소속감을 느끼며 캠퍼스 생활을 하는 학생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인학생들의 특징에 관해 묻는 질문에 20명의 교수들은 다시 입을 모았다. “한인 학생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강의시간에 즉각적인 질문이나 반응을 보이기보다, 강의가 끝난 뒤 찾아와서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대학 교육의 목적가운데 하나는 질문과 토론을 통해 기존 이론에 도전하고 그것을 비판함으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궁금한 게 없는 듯 멀끔히 교수의 얼굴만 바라보거나 다른 학생들의 열띤 토론을 관망하며 앉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무표정, 무관심, 무질문으로 묵언수행을 하게 만들었을까.
결코 영어 실력 때문만은 아니다. 비록 세련되지 않거나 심지어 엉터리 영어를 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제시하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대답을 해내는 학생은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좀 더 근본적인 것, 즉 초중고 시절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있다. “넌 글을 써라. 난 떡을 썰게”라는 한석봉 어머니의 교육 방식을 왜곡시켜 “넌 열심히 공부만 해라. 나머지는 엄마가 다 알아서 해 주마”라는 철저한 분업정신에 익숙한 탓이다.
부모에게 의지하는 초중고 시절의 버릇이 대학생이 되어서도 그대로 남아 자율적인 질문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은 자유와 책임이라는 단어보다 “우리 애기”라는 애칭에 더 익숙하다. 초중고와 대학으로 이등분하여 대학에만 들어가면 모든 것을 알아서 하도록 풀어놓겠다지만 “우리 애기”가 대학생이 되었다고 홀로서기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까.
초중고 시절에 질문을 곧잘 하던 학생도 대학에 진학한 후 잠잠해진다. 자신보다 훨씬 더 스마트해 보이는 동료 학생들, 그리고 권위와 위엄 있어 보이는 교수 앞에서 꼬리를 내리는 것이다. 질문을 함으로써 자신의 생각이 틀렸거나 무지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아예 함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싫던 좋던 대학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곳이다. 그곳은 인간의 사회성을 전제로 하여 질문, 대화, 토론이라는 소통 도구가 자연스레 사용되는 곳이다.
대학에서 살아남는 학생은 도태되는 학생보다 두 배나 더 많은 질문을 한다. “귀찮게 해서 죄송하지만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라는 끝없는 질문으로 범죄를 해결하는 형사 콜롬보처럼 행동한다.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 과정은 콜롬보가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과 다를 바 없다. 나아가, 문명 발전의 역사를 살펴보면 무엇엔가 새로운 장이 열릴 때마다 작은 질문이 존재했다. “새처럼 날 수 없을까” “멀리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방법은 없을까.” “사과가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질문은 성공과 실패의 분수령이다. 부모가 자녀를 향해 도울 것은 공부를 제외한 다른 것, 즉 성취를 이루는데 필요한 홀로서기 능력이다. 마냥 ‘우리 애기’로 감싸고 있다면 그 능력을 거세시킬 뿐이다. 과연 ‘공부만 열심히’와 ‘우리 애기’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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