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극우논객 지만원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5.18은 제주 4.3사건에서처럼 북한이 파견한 특수군의 작전지휘 하에 좌익들이 시민들을 살해해 놓고 이를 우리 국군의 소행으로 뒤집어씌우는 소위 모략전을 반복적으로 구사함으로써 민주화운동으로 굳혀가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심리적 내전’이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러자 같은 달 5.18 부상자회 등이 지씨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7일 대법원은 예상외로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선고 직후 지씨는 “5.18의 진실을 알리고 반역의 역사를 바로잡는 싸움은 이제부터다”라며 5.18과의 총성 없는 전쟁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2011년 5월 ‘5.18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최종 심사 결과만을 남겨뒀을 때 일부 극우 인사들이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 찾아가 ‘5.18 항쟁 때 시민을 학살한 것은 한국군이 아니라 북한이 파견한 600명의 특수부대 군인들이었다. 따라서 기록물 등재는 5.18의 진실을 은폐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반대 청원서를 제출했다. 다행히 기록물은 만장일치로 등재됐지만 당시 청원서 작성을 주도한 사람이 다름 아닌 지만원씨다.
5.18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광주시민들의 평화적 시위에 대한 계엄군의 ‘과잉진압’이 사태 발단의 직접적인 원인이었음을 시인한 당시 이희성 계엄사령관의 서면증언이 있었음에도 천인공노할 학살만행이 북한군 특수부대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지씨에게 묻고 싶다. 5.18 당시 광주에 진입해 시민을 학살했다는 북한군 특수부대원 수가 정확히 600명이란 산술적 근거는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가.
또 60명도 아니고 자그마치 600명이나 되는 북한군 병사들이 1.24 군부대 김신조 일당처럼 휴전선 철책을 뚫고 넘어 왔는가, 아니면 해상이나 공중을 통해 침투했는가. 무엇보다 그토록 많은 북한군 병사들이 시가지를 누비고 다니며 무고한 시민들을 무차별 살상할 때, 마땅히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켰어야 할 용맹한 우리의 국군은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
당시 광주 지역에 2만명의 계엄군이 투입됐는데 600명 북한군 가운데 단 한 명도 사살당하거나 생포됐다는 명백한 증언이나 기록이 전혀 없으니 이 또한 불가사의한 일이 아닌가. 때문에 지씨도 자신의 저서 ‘솔로몬 앞에 선 5.18’에서 사망자 중 신원미상의 시신 12구가 북한군으로 ‘추정’된다고 모호하게 주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알다시피 이미 1997년 전두환 등이 5.18과 관련해 국가 내란 음모 수괴죄로 사법처리 됐고, 정부 또한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하고 해마다 이 날을 국가기념일로 기리고 있음에도 지씨는 과연 언제까지 특유의 궤변으로 5.18의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고 영령들을 모독하려는 걸까.
얼마 전 서울의 모 대학생들이 ‘5.18 폭동설’을 놓고 옥신각신하다 급기야 결투까지 벌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아직도 5.18을 민주화운동이 아닌 반정부 폭동으로 인식하는 대학생들이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일부 몰지각한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이른바 지식인들조차도 그 같은 인식을 공유한다는 사실이다. 대체 통한의 세월이 얼마나 더 지나야 33년 전 5월, 민주주의를 온몸으로 지키려다 광주 금남로에 꽃잎처럼 붉은 피를 뿌리고 스러져 간 영령들이 안식할 수 있게 될지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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