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뭐병’ ‘정줄놓’ ‘은섹’?오클랜드에 사는 한인 주부 박모(42)씨는 아들이 한국 친구들과 주고받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다가 이같은 단어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박씨는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들 단어가 ‘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정신줄 놓았구나’ ‘은근히 섹시하다’의 뜻으로 주로 인터넷이나 SNS에서 쓰이고 있는 은어성 줄임말임을 알게 됐다고 한다. 박씨는 “아무리 한국에서 아무렇게나 쓰인다지만 아이가 미국까지 와서 그런 말을 쓰는 것을 보고 착잡했다”고 말했다.
아들이 한국 친구들을 만나면 영어 대신 한국어를 쓰는데 ‘멘붕’, ‘오나전’, ‘즐겜’, ‘안습’ 등 주로 인터넷이나 카카오톡 등 SNS에서 쓰는 은어성 줄임말을 실제 대화에서도 그대로 사용해 아이들이 어떤 말을 주고받는지 못 알아듣는 경우도 생긴다고 전했다.
‘멘붕’은 멘탈 붕괴의 줄임말로 정신이 무너질 정도로 충격 받은 상태를 일컫는 신조어며, ‘오나전’은 완전이라는 뜻이며, ‘즐겜’은 즐겁게 게임하세요라는 의미, ‘안습’은 안구의 습기차다의 줄임말로 슬프다는 뜻이다.
오늘(9일)은 아름다운 우리말을 쓸 수 있게 한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을 기리는 한글 반포 567돌 한글날인 가운데 요즘 한국과 미주 한인사회에서 이같은 정체불명의 줄임말과 은어들이 범람하고 있어 한국어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줄임말 열풍은 조금이라도 빨리 의미를 전달하려는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에서 비롯됐지만 요즘에는 이같은 은어성 줄임말이 한국의 TV 방송에서도 여과없이 사용되고 있고 이에 따라 시시각각 새로운 줄임말이 생겨날 정도라는 것이다.
현재 인터넷이나 카카오톡 메시지 등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줄임말로는 ‘여병추(여기 병신 하나 추가요), 갠소(개인 소장),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모솔(모태 솔로), 병맛(병신 같은 맛), 은섹(은근히 섹시하다), 짤방(짤림방지), 화떡남(화장 떡칠한 남자) 등이 꼽힌다.
특히 ‘광클’(광속으로 클릭한다), ‘개드립’(개와 adlib 합성어로 터무니없는 언행을 한다는 뜻)과 같은 일부 줄임말들은 인터넷을 쓰는 젊은 세대들만이 사용하는 은어성 줄임말로 세대간 간극을 넓히는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
특히, 미주 한인들의 경우 ‘우리의 아이덴티티’, ‘미션’, ‘비전’ 등 우리말로 충분히 옮길 수 있는 영어 단어를 한글로 그대로 옮겨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줄임말 사용이 반복돼 습관화되면 올바른 한국어 사용이 어려워지고 은어성 줄임말과 외국어가 표준어 대신 자리 잡게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 한 관계자는 “줄임말 자체를 나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으나 너무 범람하는 게 문제”라며 “최근 줄임말 유행이나 경향은 같은 한국어를 사용하면서도 특정 연령층만 알아들을 수 있는 것으로 결국 세대 간 의사소통 단철을 가져 온다”고 말했다.
<이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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