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부족 조건에서 농사짓기는 포도가 제일
▶ 전통적 밀, 사과 대신 와인포도 재배 추세
기후변화로 따뜻한 겨울, 건조한 여름이 계속되면서 워싱턴주가 포도주 생산 주로 발돋움을 하고 있다. 가뭄으로 재배가 어려운 기존 농작물 대신 가뭄에 강한 와인 포도들로 대체되면서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가뭄 심해지면서 포도 생산 늘어]
미국에서 포도주 하면 단연 캘리포니아다. 근년 아이다호의 리즐링이나 펜실베니아의 피노 놔르가 요란스럽게 인기를 끌었지만 캘리포니아 와인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미전국 와인 생산에서 2위를 차지하는 워싱턴 주와 비교해도 캘리포니아 와이너리들에서 생산되는 포도주의 양은 그의 20배가 넘는다. 그런데 최근 변화가 생기고 있다. 워싱턴의 포도주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워싱턴이 와인의 고장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그 일등공신은 의외로 가뭄이다.
----
워싱턴 주 포도주 생산량은 지난 10년 동안 2배 이상 늘었다. 그리고 증가폭은 더 급속하게 커질 것 같다는 것이 이곳 포도주 연구가들과 와인 포도 재배농부들의 말이다. 농사에 전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가뭄이 이 경우 일등공신이다.
물 부족 사태는 워싱턴 주를 포함, 미 서부 지역에 광대하게 퍼져있다. 지난 달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는 주 전역에 가뭄 비상령을 내렸다. 그런데 포도는 다른 농작물에 비해 훨씬 물을 덜 먹으니 가뭄에 포도농사 만큼 좋은 것도 없다.
아울러 서부해안 북쪽 지역의 겨울 날씨가 점점 온화해지는 것도 포도 농사를 부추기고 있다. 따뜻한 겨울은 포도 농사에 안성맞춤이다.
워싱턴 주 야키마 지역에서 오래 농업에 종사해온 딕 보우시(64)는 집 앞 멀리를 손으로 가리키며 “이 모두가 예전에는 사과나무들이었다”고 말한다. 지난겨울 보우시는 농지 24 에이커에 있던 사과나무들을 모두 뽑아 버렸다. 그리고 지난 메모리얼 데이 연휴, 그 땅에 카버네 소비뇽 포도나무들을 심었다.
275 에이커에 달하는 그의 땅에서 마지막 사과나무 밭이 포도밭으로 바뀌고 나면 그는 사과 재배농부에서 와인포도 재배자로 완전히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보우시가 이곳 야키마 리버 밸리에서 농사를 시작했던 1970년대만해도 이곳은 애플 밸리라고 불렸다. 하지만 농장 일꾼들이 나이들어 사다리에 올라가기를 싫어하게 되면서 해가 갈수록 사과 수확 일손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게다가 어떤 해에는 가격 경쟁으로 이윤을 남기기도 어려웠다.
요즘 그는 가뭄 때문에 재배 농작물들을 바꾸고 있다. “와인 포도들은 물이 절반밖에 안 든다”고 그는 말한다.
지난 2010년 이후 워싱턴 주에서 와인 포도 재배지는 22%가 증가해 총 5만평에 달한다. 같은 기간 감자에서 밀에 이르는 워싱턴의 전통적 주요 농작물 재배 면적은 같거나 줄어들었다.
그런 추세에 따라붙은 것은 돈. 캘리포니아, 모디스토에 자리잡은 거대한 와인회사, E.&J. 칼로는 지난 2012년 워싱턴에 첫 발을 내디뎠다. 캘리포니아 밖에서 첫 와이너리를 매입한 것이었다. 콜롬비아 강 북쪽 고지대인 호스 레븐 힐스 같은 곳에서는 고급 카버네 소비뇽을 파는 가게들이 생기고 워싱턴 밀 생산지대의 죽어가던 마을, 왈라 왈라는 이제 시라 시음 명소가 되어 관광객이 넘친다.
그렇다고 캘리포니아 포도주의 시대가 끝났다는 말은 아니다. 지난 해 캘리포니아 와인 포도 수확량은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가뭄을 부분적 원인으로 포도의 질이 좋아서 기억에 남을 고가의 빈티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와이너리 소유주들은 말하고 있다.
반면 워싱턴 주는 이제 막 와인 포도 생산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그 말은 포도 재배 농지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의미도 된다.
“세계적 포도주 생산지인 나파는 성공 덕분에 토지 가격과 포도 가격 면에서는 희생된 측면이 있다”고 덕혼 와인제조사의 마케팅 담당 사장 캐롤 리버는 말한다. 캘리포니아, 세인트 헬레나에 본부를 둔 덕혼은 지난 2013년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부지 20에이커를 매입했다. 그리고 지난여름 첫 포도나무들을 심었다. 대부분 카버네와 리틀 멀로 종이다. 그리고 지난해 가을 첫 워싱턴 포도주를 생산했다. 워싱턴의 다른 재배자들에게서 구입한 포도로 카버네 소비뇽을 출시했다. 레버 사장은 기회만 오면 덕혼은 워싱턴에 추가 농지 매입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한다.
워싱턴도 가뭄이기는 하지만 캘리포니아와는 사정이 다르다. 워싱턴과 오리건 대부분의 지역에 걸친 강우량은 지난해 거의 정상치에 가까워졌다. 그러나 지난겨울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서 눈 보다 비가 많이 내린 것이 문제였다. 워싱턴의 관개 시스템은 눈이 녹아 흘러내리는 물에 의존하기 때문에 차질이 생겼다. 보우시의 농지가 있는 야키마 밸리의 경우 지난달 물 공급을 받지 못했다. 관개 당국이 늦여름에 대비해 물을 절약하기 위해 물공급을 잠정 차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와인 포도에 가장 좋은 것은 건조한 여름이다. 물이 적으면 나무가 당분을 잎이 아닌 포도열매로 밀어보내기 때문이다.
주 농업국 관리들에 의하면 올해 가뭄으로 인한 재정적 손실은 12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가장 피해가 큰 지역은 이곳 야키마 계곡 지대다. 그러나 손실은 대부분 다른 작물들에서 발생한다. 와인 포도는 가뭄에 강한만큼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워싱턴 주에서 재배되는 포도 양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포도주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일부 와이너리들은 말한다. 그래서 이들 와이너리는 캘리포니아와 같은 타주에서 포도를 사들인다.
워싱턴 최대 포도주 생산업체인 세인트 미셸 와인 제조사는 지난 2012년 캘리포니아 포도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이 포도로는 주로 가격대가 낮은 포도주를 만든다. 병당 8달러에서 10달러대로 캘리포니아 산이라고 분명하게 찍혀 레드 다이아몬드 브랜드로 나가는 와인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 가격대의 또 다른 브랜드인 투 바인즈는 지난해부터 캘리포니아 포도를 쓰기 시작했다.
워싱턴에서 재배되는 포도 수요가 공급을 훨씬 뛰어넘기 때문이라고 세인트 미셸의 린다 엘러 대변인은 말한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