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비 등 2만달러 이상 목돈 필요
어중간한 중산층 가정 학비 마련 막막
페어팩스에 거주하는 한인 김 모씨는 개학을 앞두고 버지니아 공립대 3학년에 올라가는 아들의 학비 걱정에 잠을 설치고 있다. 부부 맞벌이로 연소득이 중산층에 속한다고는 하지만 해마다 치솟는 대학 등록금에 기숙사비와 교재비 및 생활비까지 2만 달러가 넘는 목돈을 매 학기 마련하는 게 버겁기 때문. 이 처럼 저소득층 학자금보조 대상에도 들지 않고, 그렇다고 수만 달러의 학비를 직접 감당할 만큼 부유하지도 않은 ‘어중간한 중산층’ 학부모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김 씨는 “남들 보기에 연봉이 10만 달러가 넘으니 주립대에 다니는 아들 학비 걱정은 안 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상은 중산층이 더 힘들다”며 “소득 기준상 학자금 보조를 받을 수 없어 학비 전액을 고스란히 내야 하는데다 둘째 학비도 준비해야 하는데 모기지, 자동차 페이먼트 등을 생각하면 대학 학비가 큰 짐”이라고 토로했다.
■오를 대로 오른 등록금
이처럼 이달에 일제히 새 학기를 시작하는 워싱턴 지역 등 미 전역 주립대학들과 사립대학들의 대학 등록금이 계속 오르면서 학부모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US 뉴스&월드 리포트 분석에 따르면 미 전역의 공립 및 사립대학들이 매년 학비를 인상하면서 지난 20년간 전국 미 대학들의 1인당 등록금과 각종 비용을 비교한 결과 공립대학은 주내 거주(In-State)학생의 경우 평균 4배, 사립대학은 2.8배나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타주 출신이나 유학생 등 비거주(Out-of-State) 학생의 등록금도 지난 20년 동안 3.3배나 올랐다.
사설 학자금 대출기관인 샐리매(Sallie Mae)의 최근 조사에서도 2014-15학년도 미국가정에서 대학 학비로 사용한 금액은 평균 2만 4,164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가 오른 것으로 5년래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미국 대학 학비는 평균 연 5-6%씩 급등했는데 이는 의료비 인상률 3.8%의 1.5배, 소비자 물가 인상률 2.4% 보다는 2.5배나 더 오른 것이다.
■주립대도 급등세
주립대들의 평균 학비 인상폭은 매년 5%내외씩 인상돼 지난 20년 동안 4배 이상 올랐다.
한인학생들도 다수 재학중인 버지니아대(UVA)는 이번 가을 학기부터 주내 거주 학부 학생들에게 적용하는 학비를 3.6%인상된 1만3,468달러(학비와 각종 수수료 포함)로, 타주 출신 학생에게는 3.7% 인상한다. 또 예술 및 공학 대학원의 경우 2.5%, 의학과 법학, 경영 대학원 학비는 2-6% 오른다. 해리슨버그 소재 제임스 매디슨 대학(JMU)도 이번 가을학기 학부생들의 학비를 올린다. 주내 거주 학생의 경우 학비와 각종 수수료를 합쳐 3.2% 오른 1만9,084달러, 타주 출신 학생들의 경우 2.6% 인상된 3만4,218달러를 내야 한다.
메릴랜드대(UMCP)와 타우슨, 솔즈베리 대 등 메릴랜드 4개 공립대학은 지난 봄학기에 등록금을 2% 인상했다. 지난해 가을에도 일제히 학비를 3% 올린 메릴랜드 주립대학들은 1년에 두 번씩이나 등록금을 올린다는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중산층 부담 커져
학비 인상으로 가장 고심이 커지는 쪽은 바로 중산층이다. 저소득층의 경우 택스 크레딧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김 씨처럼 일정 소득을 올리는 중산층은 무상 그랜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학비 융자를 받고도 매달 수천 달러를 지출해야 한다. 특히 경기침체로 최근 대학들이 재정난을 겪으면서 자체 장학금 기회를 줄이는 등 긴축을 하고 있는 상황도 학부모들의 학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김 씨는 “거주학생 기준으로 공립대학에 다니면 그나마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 달에 3,000달러 이상 비용이 들다보니 부담감이 크다”라며 “일은 죽어라 하고 세금을 다 내면서도 학비 혜택은 받지도 못하니 어정쩡한 중산층으로 사는 게 참 버겁다”며 말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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