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은 언제나 피곤하다. 야근을 하든 정시에 퇴근을 하든, 직장인은 항상 피곤하다. 육체적인 노동을 하든, 정신적인 노동을 하든 직장인은 피곤하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 그 해 공휴일이 며칠이나 되는지 살피며, 그 중에 주말과 겹치는 공휴일이 있으면 무척 아쉬워하곤 한다. 평일 중간에 끼어 있는 공휴일은 직장인에게 달콤한 늦잠을 허용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직장인에게는 연차가 있다. 올해 내게 주어진 연차는 20일. 작년에 다 쓰지 못한 열흘까지 합치면 올해 연차 일수는 30일이다. 근무 일수로 따지면 6주 동안 휴가를 갈 수 있다. 물론 6주를 쭉 쉬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스나 회사에서 못 가게 해서가 아니라 맡은 일을 6주간 모른 척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년 전 이직을 한 후 지난 연말 일주일 휴가를 내고 쉬었다. 이직 후 적응하는 과정에서의 부담과 피로감이 몸에 쌓여갈 즈음, 일주일 동안 집밖에 나가지 않고 잠만 잤다. 그렇게 일주일 보내고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갈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여행 가는 것을 누구보다 좋아하지만, 여행은 육체적 에너지가 충전되어 있어야 하고, 마음과 머릿속에 새로움을 받아들일 공간이 있을 때 떠나게 된다.
간혹 해외 출장으로, 전에 여행으로 갔던 나라나 도시에 가게 되면, 그 느낌이 전혀 다르다. 여행으로 갔을 때는 낮이고 밤이고 새로운 문화, 새로운 음식, 새로운 공간을 찾아 돌아다녔지만, 출장으로 갔을 때는 호텔방에서 다음날 회의 준비를 하거나, 출장 일정으로 인해 밀린 업무를 늦게까지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물론 놀러간 것이 아니니 일을 할 뿐인 것이다.
그런데 업무 일정을 마치고도 그곳에서 하루 이틀 더 있고 싶지가 않다. 왜 그럴까.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다. 하루 이틀 더 있어도 업무 생각을 완전히 걷어내 버리기 어렵고, 어딘가를 찾아 나설 의지가 크게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휴일이 많아도, 휴가가 30일이나 있어도 진정한 쉼이 없는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바쁘다는 이유로, 머릿속이 일로 가득하다는 이유로. 하지만 어쩌면 진짜 이유는 적극적인 쉼을 찾아 나서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몇 달 간의 장기 여행을 다녀온 지 삼년이 되었다. 두세달 낯선 곳에서 지내던 그 시간이 지금보다 육체적으로는 더 피곤했지만, 돌아와서 내 인생의 큰 쉼이었다고 느꼈던 이유는, 마음과 머릿속을 비워내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무언가가 그득그득하게 들어차고 있다. 마음이 번잡해지고,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다시 비워낼 때가 된 것 같다.
꼭 여행일 필요는 없다. 건강한 움직임과 건강한 음식. 그리고 번잡한 마음을 비워내고 인생에 대한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를 담아내는 과정이 결국은 적극적인 쉼이니까. 올해의 ‘쉼’을 계획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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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소셜네트웍 광고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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