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프랑스의 대문호 앙드레 모루아가 집필한 ‘미국사’(김영사 간)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앙드레 모루아는 신대륙 발견부터 초강대국 반열에 오르기까지, 500년 미국 역사의 장대한 드라마를 유려한 문체와 심오한 통찰력으로 풀어냈다. 신용석 조선일보 전 논설위원이 번역을 맡아 원작의 미문과 의미를 충실히 살려냈다는 평이다. <편집자 주>
-흰 새의 전설
스페인이 정복하기 전 멕시코에서는 두 개의 문명이 각각 다른 두 곳에서 발달했다. 그것은 남부 유카탄(Yucatan) 근방의 마야 문명과 북부(현재 멕시코시티 인근)의 아즈텍 문명을 말한다.
그런데 이 강대한 국가가 어떻게 유럽인의 단 한 번의 공격에 붕괴된 것일까? 우선 아즈텍은 적의를 품고 있는 피정복민을 기반으로 세워진 제국이라 늘 불안정했다. 또한 스페인의 무기가 아즈텍의 무기보다 우수했다. 여기에다 아즈텍 사람들은 인간 제물로 쓸 포로를 얻기 위해 싸웠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정복과 살육을 위해 싸웠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아즈텍 사람들이 깃털 달린 뱀신, 케찰코아틀, 미의 신이 언젠가 커다란 흰 새를 타고 돌아올 거라는 전설을 믿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스페인의 정복군이 타고 온 배의 하얀 돛을 보고 신성한 새가 바다로 내려온 것이라고 믿었다.
-잉카, 모든 재산은 국유화
현재 페루가 위치한 지역에서는 태양의 아들, 혹은 ‘잉카’라는 또 하나의 문명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잉카 제국은 전제군주국으로 철저히 독재적이었고 태양의 아들이 티티카카(Titicaca) 호수 근처에 있는 고도 1만 3,000피트(약 4,000미터)의 고지에 세운 궁전에서 수백 명의 백성을 통치했다.
그의 정권을 뒷받침하는 것은 군용 도로, 요새, 통치계급 등이었고 모든 토지와 가축은 국가 재산이었다. 심지어 장인들도 단지 연장만 소유할 수 있을 뿐이었다. 농민은 수확물의 3분의 1밖에 차지할 수 없었고 3분의 1은 국가에, 나머지 3분의 1은 잉카 왕에게 바쳐야 했다. 그리고 관원들은 농산물과 공산품을 분배했다. 이 제도는 대단히 엄격했지만 현명한 잉카 왕의 백성에 대한 세심한 배려로 원만히 시행되었다고 한다.
-피사로의 야심과 잉카 궁정의 분열
발보아의 부하였던 프란시스코 피사로(Francisco Pizarro)는 인디언에게 들은 잉카 이야기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안데스 산중에 있는 강대한 전제군주국을 군대도 없이 공격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궁리 끝에 그는 스페인 왕 카를 5세(Karl Ⅴ)를 찾아가 굉장한 전리품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했다.
비록 그는 180명의 군사와 서른 필의 말밖에 얻지 못했지만 이후 니카라과에서 100명의 부하와 쉰 필의 말을 거느린 에르난도 데 소토와 합류했다. 그래도 잉카 궁정 내부에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처럼 빈약한 군대로 정복에 성공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당시 잉카 제국을 통치하던 아타우알파는 후궁의 아들이었고 적자인 우아스카르는 이 이복형제에게 붙잡혀 있었다. 이런 상황이 음모를 불러일으킨 데다 아타우알파도 몬테주마처럼 스페인인이 신이 아니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황금으로 가득 찬 방
반면 잉카를 정복하려는 피사로의 욕망은 코르테스 못지않게 확고했다. 그는 왕을 만나는 자리에서 곧장 일을 해치웠다. 스페인인에게 조금도 불안감을 느끼지 않은 잉카 왕은 무사 대신 승려를 거느리고 나타나 무기력하게 포로가 되었고, 그는 자신이 갇힌 방에 9피트(2.7미터) 높이만큼 황금을 제공할 테니 풀어달라고 했다. 피사로가 승낙하는 척하자 왕의 부하들은 전국에 있는 사원과 궁전으로 떠나 황금 항아리, 큰 잔, 금은 상자 등을 모아왔다.
놀라워하는 스페인인의 발밑으로 찬란한 빛을 발하는 황금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아타우알파의 약속대로 방은 황금으로 가득 찼다. 그렇다면 스페인인은 어땠을까? 피사로는 잉카 왕을 대단히 위험한 존재로 여겨 목 졸라 죽였고 페루는 스페인의 영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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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석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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