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프랑스의 대문호 앙드레 모루아가 집필한 ‘미국사’(김영사 간)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앙드레 모루아는 신대륙 발견부터 초강대국 반열에 오르기까지, 500년 미국 역사의 장대한 드라마를 유려한 문체와 심오한 통찰력으로 풀어냈다. 신용석 조선일보 전 논설위원이 번역을 맡아 원작의 미문과 의미를 충실히 살려냈다는 평이다. <편집자 주>
-선원, 군인, 모험가들 몰려들다
콜럼버스에게는 자신이 발견한 지역에 자기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정당한 권리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그래도 그의 발자취를 따라 선원, 군인, 모험가들이 황금과 진주, 인도 항로를 손에 넣기 위해 몰려들었다. (중략)
항해는 계절과 항로에 따라 5~8주가 걸리는 매우 힘든 여정이었지만, 그 시기에 크고 작은 많은 범선이 계속해서 대서양을 건넜다. 빈약한 장비에다 곰팡이가 핀 식품, 뜨뜻미지근한 거품투성이의 음료를 마셔가며 벌레나 쥐와 싸워야 하는 선내 생활 2개월은 몹시 고통스러웠지만 희망은 한없이 컸다.
선장과 돈을 벌기 위해 배에 오른 선원들은 영웅심과 장밋빛 꿈에 취해 출범했다. 가톨릭 신앙, 카스틸라인의 긍지 그리고 끝없는 야망이 그들의 가슴속을 메웠고 마침내 수평선에 육지가 나타나면 그들은 무릎을 꿇고 〈신에게 영광이 있기를〉이란 성가를 불렀다.
-아메리고 베스푸치
1497년 항해를 마치고 돌아온 피렌체인 아메리고 베스푸치(Amerigo Vespucci)가 항해기 《신세계 Mondus Novus》를 출판했는데, 이 책은 전 유럽을 휩쓸 만큼 인기를 끌었다. 특히 마르틴 뮐러는 자신의 저서 《세계 지리 입문》에 이 글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아메리쿠스 Americus(아메리고의 라틴명)가 처음 발견한 이 대륙을 아메리카 America라고 부르자고 제안했다.
즉, 그는 “아메리쿠스가 발견한 세계의 제 4대륙을 유럽과 아시아가 여성명사이므로 똑같이 여성명사 아메리게(Amerige), 아메리쿠스의 대륙 Land of Americus 혹은 아메리카(America)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고 제안했고 그중 아메리카라는 이름이 살아남았다. 그렇지만 스페인인은 오랫동안 아메리카를 인도라고 불렀다.
-원주민들, 백인을 신이라 생각해
발견자의 뒤를 이어 정복자들이 건너오면서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 스페인의 대장은 몇몇 부하와 함께 칼데아 Chaldea(페르시아 만 연안에 있던 고대 제국. 역자 주)나 이집트 같은 강대국을 습격해 기적처럼 이들을 정복했다.
사실은 모든 상황이 정복을 꿈꾸는 그들에게 유리했다. 소박한 원주민들은 백인을 신이라 생각했고 말을 탄 스페인 군인을 무서운 괴물로 여겼으며 추장들은 자기 딸을 제공할 만큼 정복자를 신뢰했다. 해안지대의 식민지는 그저 미개한 부족과의 접촉에 불과했다. (중략)
-황금과 미녀 20명
1519년 코르테스는 몬테주마가 다스리던 멕시코의 아즈텍 제국을 발견했다. 당시 550명의 부하와 16필의 말로 해안에서 인디언과 싸워 승리한 코르테스는 공물로 투구에 가득 담은 사금, 황금으로 수놓은 하늘색 면포 그리고 미녀 20명을 얻었다. 그는 그중 한 명인 마리나를 통역비서 겸 정부로 삼았다.
또한 그는 아즈텍에서 산중 호숫가에 있는 몬테주마의 수도, 산 사람을 태워 제물로 바치는 사원의 피라미드, 은색 궁전, 다이아몬드와 진주로 만든 아름다운 장식품을 보았다. 이때 완전히 흥분한 그는 어떻게 해서든 아즈텍을 정복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실패하면 인디언이 심장을 도려내리라는 것을 아는 상황에서 이는 거의 정신 나간 계획이나 다름없었다.
-코르테스와 아즈텍 정복
코르테스가 몬테주마 앞에 섰을 때 몬테주마는 무척 당혹스러워했다. 이 낯선 사람은 신일까? 배의 흰 돛은 신의 날개일까? 몬테주마는 의문을 품은 채 일행을 정중하게 영접했고 그들의 목에 장미꽃 화환을 걸어주며 궁전에 머물게 했다. 그러나 코르테스와 그의 부하들은 이 불운한 왕을 포로로 잡아버렸다. 자신의 믿음대로 행동한 이 지배자를 쇠사슬로 결박해 복종을 강요한 것이다.
아즈텍 사람들은 스페인인 한 명을 죽인 뒤 살을 만지고 피를 본 다음에야 그들이 신이 아니라 자신과 다름없는 사람임을 깨달았다. 결국 1502년 6월 스페인인들은 궁전을 습격해 몬테주마를 살해하고 도망쳤다. 그러나 끈질긴 코르테스는 얼마 되지 않는 스페인 부대와 아즈텍을 적대시하던 인디언을 모아 수도 멕시코 테노치티틀란을 포위했고 마침내 아즈텍의 맹렬한 저항을 물리치고 그곳을 점령했다. 코르테스는 스페인 국왕에게 새로 얻은 제국과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알라딘의 재물보다 더 많은 전리품을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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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석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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