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4천명의 스페인인이 5백만 인디언 통치
본보는 프랑스의 대문호 앙드레 모루아가 집필한 ‘미국사’(김영사 간)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앙드레 모루아는 신대륙 발견부터 초강대국 반열에 오르기까지, 500년 미국 역사의 장대한 드라마를 유려한 문체와 심오한 통찰력으로 풀어냈다. 신용석 조선일보 전 논설위원이 번역을 맡아 원작의 미문과 의미를 충실히 살려냈다는 평이다. <편집자 주>
황금은 어디 있느냐?
에르난도 데 소토는 북아메리카를 탐험한 최초의 한 사람이다. 플로리다의 총독으로 임명된 그는 그곳에서 또 하나의 페루 같은 왕국을 발견하고 싶어 했다. 이를 위해 그는 거의 4년간 오늘날의 플로리다, 조지아, 사우스.노스캐롤라이나, 앨라배마, 테네시, 아칸소, 오클라호마까지 답사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는 숲과 늪 그밖에 끈질기고 광적인 백인을 보고 경탄하는 가난한 인디언 외에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는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황금이 어디 있냐고 물었고 그들은 하나같이 “좀 더 가보시오”라고 대답했다. 미시시피 강을 끼고 계속 나아가던 그는 결국 강변에서 사망했다.
프란시스코 코로나도(Francisco Coronado) 역시 인디언이 대단한 말솜씨로 들려준 이야기 속의 ‘청옥 문이 서 있는 일곱 개의 도시’를 찾기 위해 출발했다. 비록 그는 시볼라 Cibola(스페인 탐험가들이 미국 서남부에 있다고 믿었던 황금의 땅)의 일곱 개의 도시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대륙의 남서부 일대를 답사해 북쪽으로 지금의 캔자스 근처까지 진출했다.
17~18세기에는 스페인인이 푸에블로 인디언 지역에 정착해 이곳을 뉴멕시코라고 명명했다. 푸에블로 인디언 지역의 커다란 건물을 멀리서 바라보면 멕시코의 아즈텍 건물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인디언 동화는 교회가 담당
스페인인은 광대한 아메리카 영토를 식민지가 아니라 본국의 직할지로 관리했다. 이곳을 뉴스페인과 페루 두 지방으로 분할해 각각 부왕을 두고 다스린 것이다. 인디언에게는 어느 정도 자치를 허용했다. 인디언을 동화시키는 일은 교회가 담당했고 예수회, 도미니크회, 프란체스코 회 등 각 계파가 식민지 변경에 선교소를 설립했다. 당시 이 시설은 농장과 수도원을 겸비한 형태였다.
선물에 이끌려 우아한 스페인식 건물에 모여든 인디언들은 스페인 신부에게 진정한 종교, 유럽식 건축, 농사 기술, 가축 사육, 기타 생활필수품 제조 방법을 배웠다. 무서운 신을 위해 인간 제물이 되어야 하는 공포에서 해방된 인디언들은 행복을 느끼며 그리스도교로 개종했다. 하지만 그들은 개종했어도 여전히 전쟁의 신 위칠로포치틀리를 두려워했고 괴상한 형식의 제사를 올렸다.
스페인의 결혼정책
선교 활동이 성공하면 그곳은 농업과 공업의 중심 마을이 되었고 선교소는 다시 보다 먼 변경으로 나아갔다. 선교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동시에 인디언은 토속어를 잃었으며 종교재판으로 처단할 이교도는 거의 발견하기 어려웠다.
인디언이 스페인 지주에게 착취당하고 무기 휴대와 승마 등에 제약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스페인인은 그 수가 적었고 고도로 발달한 남아메리카 인디언의 문명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방어할 수단이 필요했다. 사실 많은 스페인인이 인디언 여성과 결혼했고 복음전도자라는 자부심도 있어서 원주민을 학대하지는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문명 개발이 극히 제한적인 소수의 힘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16세기 말 전체 아메리카에서 스페인인 세대수는 16만 명에 지나지 않았고 그중 10만 명만 스페인 여성과 결혼했다. 이들 중 4,000명은 지주와 귀족계급으로 이들이 국가를 창설해 500만 명의 인디언을 통치했다. 1세기도 채 지나지 않아 그들은 아메리카에서 소맥, 호밀, 귀리, 과실나무를 재배했고 유럽에 있는 모든 종류의 가축도 도입했다. 1550년쯤에는 가축이 너무 번식하는 바람에 말과 돼지를 야생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스페인 사람들은 캘리포니아에 오렌지, 살구, 무화과, 올리브, 그밖에 많은 귀중한 선물을 주었는데 이것은 그들이 고국으로 가져간 황금이나 진주보다 훨씬 값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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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석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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