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한 헤드헌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던 차라 한국 잡 마켓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얻고자 만나게 되었다.
20년 이상 마케팅, 광고 분야에서 많은 직장인들의 이직을 도왔던 그 베테랑 헤드헌터와 20~30분간 내 경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 그 분이 나에게 던진 말은 ‘근자감을 좀 더 가지셔야 겠네요’ 였다.
그 순간엔 그 말뜻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 뒤에 덧붙인 구체적인 이야기로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의 경력을 좀 더 화려하게 과장하고, 그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고 강하게 상대에게 어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한 일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에서 이야기를 해야지, 부풀려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시 몇 년이 흘러서,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채용을 위해 면접관으로 참여하는 일이 종종 있다. 한국 직장에서 10년 이상 업무경험이 있는 분들의 이력서를 보면, 비현실적인 수퍼맨, 수퍼 우먼들이 많다.
그 분들을 실제로 만나서 면접을 진행해 보면, 거의 모든 프로젝트는 본인이 다 진행했고, 이야기를 좀 더 듣다 보면 그 분이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갈 지경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 패턴이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몇 년 전에 만났던 그 헤드헌터의 말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 바로 이런 것이 ‘근자감’이구나. ‘근거 없는 자신감’, 내가 다 했고, 다 할 수 있고, 나 없으면 팀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말 그대로 근거가 없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야 한국 직장에서는 인정받고 성공한다는 것.
그런 근자감으로 가득 찬 분들에게 나는 좋은 점수를 주지 못했다. 근거가 없어도 너무 없었고, 근자감은 결국 팀원이나 유관 부서에 대한 배려심의 부재를 의미하기도 한다. 나의 업무 성과는 내가 잘해서이고, 남의 성과도 내가 잘해서라고 생각한다면, 조직에서의 건강한 협업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다들 치열하게 경쟁해서 들어온 직장에서 실력은 다 고만고만하니, 어떻게든 자신의 ‘잘남’을 포장해서 남들의 인정을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기인한 것이 ‘근자감’이지 않을까 짐작된다.
하지만, 30분의 면접만으로도 근거 있는 자신감인지 알맹이 없는 ‘근자감’인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내가 잘할 수 있고, 하고 싶고, 즐길 수 있는 일이라면, 그런 근자감 없이도 얼마든지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다. 좀 더 성숙하고 겸손하게 자신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건강한 직장인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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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소셜네트웍 광고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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