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사실상 미국과 결별하고 친중국 노선을 선언한 데 대해 필리핀 국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야권 일각에선 두테르테 대통령의 관련 발언이 특유의 '허풍'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견해라는 비판론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 각료들도 그의 발언 해석을 놓고 엇박자를 내는 등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또 두테르테 대통령의 '격미친중(隔美親中)' 행보가 갈수록 강화되면서 핵심 지지층 내부의 동요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인콰이어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중견 정치인인 리처드 고든 상원 의원(무소속)은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의 결별에) 동의할 수 없다. 그 문제와 관련해선 대통령이 틀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지 몇 가지를 얻기 위해 오랜 친구를 떠나보내는 것은 근시안적"이라면서 "대통령에게 잘못된 점에 대해 조언하는 것이 상원의 의무"라고 덧붙였다.
최대 야당인 자유당(LP) 소속 에드셀 라그만 하원의원은 '미국과의 결별' 발언이 "두테르테 대통령의 흔한 과장법에 불과할 것"이라면서 "필리핀은 전통적 경제·안보 우방인 미국과 관계를 완전히 단절할 형편이 못 된다"고 말했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19일 중국 내 필리핀 교민 간담회에서 "이제 미국과 작별을 고할 시간"이라고 말했고, 이어 필리핀-중국 경제포럼에선 "미국으로부터의 군사적, 경제적 분리(결별)"를 선언했다.
하지만 중국에 이어 필리핀의 두 번째 교역상대국인 미국과의 완전한 결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필리핀 정부 내부에서조차 일부 엇박자가 나오고 있다.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은 "과거의 경제, 안보적 의존에서 결별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지만, 라몬 로페즈 필리핀 무역장관은 "여기에 무역과 투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페즈 장관은 "우리는 미국과 진행되는 무역과 투자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리핀 대통령궁 당국자는 "대통령의 발언을 서둘러 해석하지 않겠다"면서 "귀국 후 대통령 본인과 외무부가 가이드라인을 주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거침없는 '격미친중(隔美親中)' 행보에 나서면서 핵심 지지층 내부의 동요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대선 출마를 권한 '멘토'인 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은 이달 초 일간 마닐라불러틴에 기고한 글에서 "수십 년간 쌓아온 군사적 파트너십과 전술 숙련도, 무기 호환성, 예상 가능한 병참계획, 병사 간 동지애를 그런 식으로 내버리면 되겠느냐"며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중 행보를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의 진정한 독립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고 평가하는 국민도 상당수다.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지 여론조사업체 펄스 아시아는 이날 두테르테 대통령이 최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86%의 신뢰율을 기록해 필리핀 정부에서 '가장 신뢰받는 당국자'로 꼽혔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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