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에 2년 넘게 살며 꼼꼼히 살피다 보니 재미있는 구석이 정말 많더라고요. 이 모든 걸 나 혼자 볼 게 아니라,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니 글로 알려야겠다 싶어 시를 쓰게 됐습니다.”신달자(73) 시인은 그의 열네 번째 시집인신작‘ 북촌’ (민음사)을 내게 된 배경을 이렇게 밝혔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 아파트에서 살던 그는 2014년 가을 종로구 계동에 있는 북촌한옥마을에 둥지를 틀었다. 낡은 집을 사들여 작은 한옥으로 개조했는데, 그 크기가 겨우 열 평에 불과했다.
그는 이번 시집의 머리말을 이렇게 썼다.
“열 평짜리 한옥이다//발 닿고 머리 닿는/봉숭아 씨만 한 방//한지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에 손 쪼이며/오후 햇살과 말동무하려고//어린 날 한옥 살던/고향 품 같은/엄마품 같은//아니다/노후 나직한 귀향 같은……”봉숭아씨만한 이 집에 시인의 지인인 무산 설악 스님은‘ 공일당’이란 이름을 붙여줬다.“ 스님이 열 평이면 답답해서 어떻게 사느냐고 물으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다 비웠습니다’라고 했더니 ‘공일당’이란 이름을 붙여주셨죠. 그래도 지하에 조그만 공간을 마련할 수 있어서 사무실 겸 공부방 겸 주방으로 쓰고 있어요. 아주 불편하긴 한데, 인간이 공간에 적응을 빨리하더라고요. 살다보니 또 괜찮은 것 같기도 해요(웃음).”그는 작은 한옥에서 느끼는 불편함보다 북촌의 정겨움과 아름다움에 더 푹 빠졌다.
그래서 시를 쓰게 됐다. 북촌에 대한 사랑과 예찬을 담은 시 70편을 이번 시집에 담았다.
그는 이제 이 동네 전체를 자신의 집처 럼아늑하게 여기게 됐다. 그래서 마음은 더 넉넉해졌다.
“삼청동과 창덕궁, 경복궁이 만나니 정말아름다운 곳이죠. 게다가 중앙고 숙직실은3·1 운동의 거점이었고 만해 한용운은 우리 집 바로 앞에 유심사 터에서 시를 썼습니다. 그래서 불교의 성지인가 하면, 또 대한민국 최초로 들어온 신부님이 성사를 본 가톨릭 성지이기도 하죠. 조선시대 궁녀들이 빨래한 장소도 있고 돌이켜 볼 만한 역사적인 일들이 많았어요. 매듭 공방 같은 전통문화 공방도 수두룩하고요. ”이런 북촌 곳곳의 내력을 쓴 시들이 ‘유심사 터’· 계동 백 년’· 동림 매듭 공방’· 가회동 성당’·재동 백송’· 백인제 가옥’· 정독도서관‘’ 석정 보름 우물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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