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로 이사할 아파트를 찾고 있다. 유학생 그리고 외국인 근로자로서의 지난 10년 미국생활 중 5번째 아파트 헌팅인 셈이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아파트나 자동차를 고를 때는 운이 작용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뭔가 모르게 정직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비싼 물건은 비싼 대로 이유가 있고, 싼 물건은 싼 대로 이유가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이틀 동안 8 군데를 돌아보았으니 꽤 다닐 만큼 다녔는데도 아직 딱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아파트 단지가 마음에 들면 건물 내 아파트 위치나 방향이 문제가 된다든지, 단지와 위치가 좋으면 주차가 문제라든지, 이 모든 것이 만족되면 안전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든지 등 끊임없이 뭔가가 하나씩 부족하다. 마음에 드는 부분들을 쏙쏙 골라 조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해본다.
문득 이번 한국의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생각났다. 자꾸 한 명의 후보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이 후보한테서는 이런 측면을 저 후보에게서는 저런 측면을 조합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이전 대통령에게 실망하고 탄핵하고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것이니 전후좌우 안팎 나라 사정 고려할 때 새 대통령은 완벽하고 빈틈없길 바라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에게 우선순위를 정하고, 내적 외적 기대치와 타협한 후 결정할 것을 강요한다. 그리고 그 결정은 때로 카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손에 쥐고 있는 카드를 하나씩 버려야 하는 것 같아서 아쉽고, 아프고, 허전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대학원 여러 곳에 합격한 후 한 학교만 선택해야 했을 때가 그런 기분이었던 것 같다. 실제로 받은 것도 아닌데, 앞으로 받을 장학금을 포기하는 기분이랄까?
가끔 그런 선택을 퍼즐 맞추기로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인생이나 사회는 이미 그려진 그림을 조각조각 잘라놓은 퍼즐과는 다를 것이다. 퍼즐에는 사실 답이 있다. 하지만, 우리 삶은 때마다 꼭 맞는 퍼즐 조각 찾기라기보다는 그때그때 사용 가능한 재료들로 구성하는 콜라주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모국이 이번 선택을 통해 훌륭한 콜라주를 완성해나갈 수 있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4곳의 아파트를 더 둘러볼 예정이지만, 이번 주말 즈음에는 주어진 소재로 어떻게 해서든지 인생의 새로운 장(?)을 구상해 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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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승 / 매릴랜드대 교육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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