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 케인 변호사
스트라이프는 잊을만하면 돌아오는 패션계의 단골 패턴이다.
그 중에는 티셔츠로 유명한 세인트 제임스의 줄무늬, 폴 스미스의 형형색색 줄무늬 등 브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아이코닉한 지위를 갖게 된 줄무늬가 더러 있다.
그렇다면 구찌의 스트라이프는 어떨까. 한동안 한물 간 브랜드 취급을 받던 구찌는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지휘 아래 다시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인기 브랜드가 되었다.
미켈레는 2016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꽃, 곤충 등 새로운 디자인 모티프를 시도하는 동시에 하우스의 기존 문양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파랑-빨강-파랑과 초록-빨강-초록의 줄무늬 문양은 다시 전성기를 맞은 구찌의 대표 문양 중 하나다. 초록-빨강-초록 줄무늬로 장식된 가방이나 파랑-빨강-파랑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구찌의 옷들은 나오기가 무섭게 판매되고 각종 유명 인사들의 소셜 미디어에 등장하며 기존의 지루한 이미지를 탈피했다. 패스트 패션이 발 빠르게 이를 반영한 제품을 내놓았음은 물론이다.
문제가 된 제품은 2016년에 나온 포에버 21의 보머자켓 세 벌, 스웨터, 초커다.
포에버 21은 자사 제품의 목둘레와 팔목 등에 파랑-빨강-파랑 혹은 초록-빨강-초록 무늬를 사용했다. 두 패턴은 미국 특허상표청에 등록된 구찌의 지식재산으로, 구찌는 이에 근거하여 포에버 21에 사용 중지를 요청하는 경고장을 보냈다.
일반적으로 경고장을 받는 경우 상표 침해자는 제품의 판매나 문제가 되는 상품의 제조를 중단한다. 그러나 포에버 21은 자사 상품에 쓰인 줄무늬는 단지 장식적 요소일 뿐이라며 상표 침해를 부인했다.
어떤 무늬가 특정 회사나 브랜드를 연상시키지 않고 오직 심미적, 기능적인 목적으로만 사용되었다면 이는 상표 침해로 보지 않는다. 나아가 구찌 이외의 브랜드에서도 파랑, 빨강, 초록을 이용한 줄무늬를 사용하는 경우를 확인할 수 있다며 상표 취소를 주장했다.
구찌의 줄무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늬라며 구찌가 의류와 액세서리류에 줄무늬에 대한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게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구찌는 포에버 21이 상표권 보호의 근간을 뒤흔드는 주장을 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상표의 핵심 기능은 소비자에게 제품이나 서비스의 출처를 알려주는 것이다. 구찌는 파랑-빨강-파랑, 초록-빨강-초록 줄무늬가 반세기 이상 사용해온 하우스의 대표적 문양이며 소비자들이 이 문양을 보고 구찌를 떠올린다는 입장이다.
해당 문양을 통해 구찌 제품의 질이나 가치를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구찌는 포에버 21이 자사의 상표를 희석시킨다고 반박했다. 상표 침해 소송의 경우에는 소비자가 제품의 출처를 혼동하는지가 관건이지만 희석의 경우에는 혼동의 여지가 없어도 문제의 상표 가치가 약해지는 것인지가 쟁점이 된다.
구찌는 포에버 21의 소의 기각을 원했지만 법원은 양측의 주장을 들어봐야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아디다스도 줄무늬의 소유권을 맹렬히 보호하는 브랜드다. 아디다스는 세 개의 평행선으로 구성된 무늬를 강력히 보호하는데, 패션용품에 세 개의 평행선을 그려 판매할 예정이라면 아디다스로부터 소장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포에버 21은 세 줄을 이용한 상품 외에도 두 개 혹은 네 개의 평행선이 나타난 제품을 팔았다. 아디다스는 포에버 21의 제품이 아디다스의 상표권을 침해하고 아디다스의 상표 가치를 희석시킨다는 입장이었다. 포에버 21은 아디다스가 두 줄 혹은 네 줄이 들어간 제품도 저지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자사 제품은 줄무늬를 장식적이고 기능적인 요소로만 사용했다고 반박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포에버 21의 줄무늬가 단지 심미적 기능만 한다면 아디다스의 제품과 혼동을 일으킬 여지가 없고 세 줄 상표의 가치를 떨어뜨리지도 않기 때문에 상표권 침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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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케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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