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트렌드 : 웰다잉(well-dying)
인간이 피할 수 없는 한 가지는 죽음이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생활수준의 향상으로‘백세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죽는다는 현실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건강하게 사는 것 못지 않게‘잘 죽는’ 것이 화두다. 그렇다면‘웰다잉’(well-dying)은 어떤 죽음일까. 세계보건기구(WHO)는 웰다잉이란 환자와 가족, 보호자가 피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고, 소망을 존중받으며, 임상적·문화적·윤리적 기준에 부합하는 죽음으로 정의 내렸다. 한인을 포함한 미국인들의 임종에 대한 의식이 변하고 있다. 삶의 마무리인 임종을 의미 있게 보내려는 웰다잉이 바로 그것이다. 지병으로 임종을 앞둔 고령자들 사이에서 중환자 병동에서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집이나 요양병원 등에서 친지와 마지막 추억을 나누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호스피스에 대한 워싱턴 한인들의 막연한 인식과 편견도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병원보다 집에서 죽음맞이’증가세 타고
보험 가입 고령자 절반이 호스피스 이용
한인사회 인식변화 불구 터부·거부 여전
■ 품위 있는 죽음 인식 확산
생의 마지막인 임종을 의미 없는 연명 치료를 위해 병원 중환자실에 보내는 것에서 벗어나 품위 있는 웰다잉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임종을 앞둔 고령자를 중심으로 품위 있게 죽음을 맞이하는 웰다잉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실린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메디케어 보험에 가입한 한인을 비롯한 미국 내 고령자 중 2015년에 사망한 고령자들이 2000년에 비해 임종 장소로 병원보다는 집을 더 많이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지난 2000년부터 2015년 사이 사망한 87만1,845명의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가입자와 136만1,870명의 유료 서비스 가입자의 기록을 분석해 작성된 것이다. 조사 대상자의 임종 당시 평균 나이는 82세다. 이 보고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고령자들이 건강이 악화돼 긴급 치료를 위해 입원한 병원에서 사망한 수가 줄었다는 대목이다.
2000년에 병원에서 사망한 고령자가 전체 메디케어 보험 가입자 중 32.6%였던 것에 비해 2015년에는 20%로 크게 감소했다. 이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무의미한 치료에 매달리다 고통 중에 임종을 맞이하는 것을 거부한 고령자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임종에 대한 의식 변화는 수치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2015년 메디케어 보험 가입 고령자 중 40% 정도가 호스피스 서비스와 함께 집이나 양로병원 같은 시설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이는 2000년에 기록한 31%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결코 병원 중환자실에서 생명 연장을 위한 치료를 받다 죽는 것은 좋은 죽음인 웰다잉이 아니라는 의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임종을 준비하는 웰다잉 의식이 한인을 비롯한 고령자들 사이에서 확산되면서 죽음을 앞둔 고령자의 호스피스 서비스 사용률도 크게 증가했다.
같은 조사에서 2000년에는 사망 전에 호스피스 서비스를 사용했던 고령자는 전체 메디케어 보험 가입 고령자의 21.6%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2015년에는 무려 2명 중 1명 꼴인 50%로 급증했다. 호스피스 서비스 사용률의 증가는 관련업계의 성장에 토대가 됐다.
■ 호스피스 서비스 형태
호스피스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간호사와 소셜워커, 성직자(Chaplain), 호스피스 메디컬 디렉터가 한 팀을 이룬다.
이 호스피스 팀은 환자가 집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필요한 약품, 의료기기 및 물품을 공급하며, 호스피스 경력과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간호사들이 주 1회 이상 방문하여 병으로 인한 불편함과 고통을 덜어주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호스피스 대상자는 95% 이상 자택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휠체어부터 기저귀, 호흡기를 위한 산소통 구비까지 병상과 같은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임박한 죽음을 두고 부정과 고민을 반복하는 환자들에게 정신과는 물론 종교적 상담까지 환자들의 영적(Spiritual)안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제공된다.
또 처방된 약이 혹은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약이 소진됐을 경우도 약국을 찾아 픽업할 필요 없이 호스피스 서비스를 통해 택배로 빠르게 제공받을 수 있다.
특히 한인 호스피스 서비스의 경우는 언어의 장벽 없이 24시간 간호사와 연락을 통해 환자의 상태와 관련해 문의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편리한 이점이 있다.
현재 호스피스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메디케어(A)나 메디케이드 혜택을 받는 대상자가 해당되고, 대상자의 신체상태에 관해 메디케이드의 규정, 또 담당 주치의 소견과 메디털 디렉터의 동의 여부에 따라 심사를 통해 결정된다.
■ 호스피스 찾는 한인 증가 추세
웰다잉에 대한 인식이 한인을 비롯한 고령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지만 한인사회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는 지적이 많다.
호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버지니아 애난데일 소재 케어피플 홈 헬스(대표 홍은경)의 황주연 클리닉컬 디렉터는 “워싱턴 일원에서 호스피스를 찾는 한인들이 예전보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는 호스피스에 대한 한인들의 인식이 치료를 포기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은 사실이고, 이를 터부시 여기거나 거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베트남이나 중국 커뮤니티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고 말했다.
품위 있게 죽는 웰다잉란 인식 변화에도 여전히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한’ 병원 치료를 주장하는 한인들도 많다는 뜻이다.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으며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하는 웰다잉을 그저 죽음을 방관하는 것, 심지어는 주변인들에 부모를 잘 모시지 못하는 ‘불효’란 평을 듣게 될 것이란 부담감이란 선입견이 한인들에게 존재한다는 것.
황주연 디렉터는 “10여 년 전 일이지만 한인들에 호스피스를 설명하려 병동을 찾으면 일부 가족들은 내쫓는 경우도 있었다”며 “그러나 호스피스 서비스는 환자가 고통스러운 치료를 끝내고 가족의 관심 속에 정신, 감정적 안정을 찾으시고 평안한 가운데 임종을 맞는 것이 가장 큰 잇점으로, 임종을 맞는 분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호스피스(Hospice)란
회복이 불가능한 말기 질환 환자를 돌보는 서비스다. 죽음을 앞둔 환자가 존엄성을 유지하며 편안하고 아름답게 삶을 마감할 수 있도록 의학적, 신체적, 심리적 영적 도움을 제공한다.
통증과 병세 진행 증상 관리 등의 의료적 간호를 비롯해 병세 악화로 인한 조울증, 진료비 문제, 환자와 가족, 또 간병인이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환자가 거주 중인 주택이나 양로원, 혹은 입원 중인 병원으로 직접 찾아가는 것이 보통이다.
<
남상욱·강진우 기자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