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만실에 친구를 부르는 일로 남편과 충돌을 겪기도 한다. 서로의 요구 사항을 공감하려는 노력이 문제 해결의 열쇠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음. [AP]
친애하는 ‘슈가’(Sugar)님들
남편과 첫아이를 갖기로 결정했다. 최근 가족 모임에서 첫아이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나는 분만실에 나의 친한 친구를 부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집에 돌아온 뒤 나의 계획을 놓고 남편과 심한 말다툼이 시작됐다. 남편은 첫아이 출산은 전적으로 가족만의 중대사이니 다른 사람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남편은 나와 친구가 자매 관계처럼 친밀한 것을 잘 알면서도 친구와의 관계가 썩 좋지 않다. 친구는 자기주장이 강한 데다 남편과 정치적 성향도 달라 서로 으르렁댈 때가 많다.
아이를 출산하는 내가 결정을 내리는 것이 맞는 것 같지만 남편은 가족만의 중요한 순간이 친구에 의해 방해받아서는 안된다며 한사코 반대다. 피곤해진 남편이 잠시 자리를 비우면 믿을 수 있는 친구가 분만실에 함께 있어줬으면 큰 위안이 될 것 같은데 말이다. 남편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의견을 부탁한다.
셰럴 스트레이드: 원칙적으로는 당신 생각이 맞지만 남편과의 관계가 교착상태다. 출산의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사람이 당신이므로 누가 곁에 있을지를 당신이 결정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긴 안목으로 보면 앞으로 오랜 시간을 함께해야 할 남편과의 관계가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남편과 의견 충돌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부부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도 결정된다. 단지 분만실에 부를 사람을 놓고 남편과의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다. 서로 상대방의 요구 사항과 걱정을 공감하지 않는 것이 의견 충돌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남편과 같은 문제로 다시 상의하게 되면 분만실 초청자 명단을 다시 열거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자고 서로 약속한다. 대신 상대방의 견해를 자신의 입을 통해 서로에게 분명히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상대방의 견해를 이야기해 봄으로써 내가 원하는 것만 주장하던 두 사람의 대화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한 번쯤 알아보려는 대화로 바뀐다. 상대방의 견해를 경청하는 방식으로 대화의 틀을 바꾸면 상대방이 첫아이 출산에 대해 갖고 있는 고민의 핵심이 드러날 수 밖에 없다.
남편 한 명만으로는 도움이 부족할 것 같아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당신의 고민, 또 아버지로서의 역할이 다른 사람에 의해 가려질 것이란 남편의 고민이 상대방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될 것이다. 결국 한 사람의 주장만 받아들여지는 대신 두 사람의 요구 사항이 모두 충족될 수 있는 절충안에 도달하게 된다.
스티브 아몬드: 겉으로는 남편과의 의견 충돌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당신의 상처받기 쉬운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남편의 생각에서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출산은 충성도를 시험하는 수단이 아니다. 부인의 출산 과정 동안 남편이 부인과 더 가까워지고 편안한 감정을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당신의 친구가 출산에 방해가 된다고 믿는 것은 남편이 당신의 희망 사항보다 자신의 요구 사항을 앞세우는 것과 다름없다. 단순한 불안감이 아니라 남편의 자격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행위로도 볼 수 있다. 출산은 어느 한 사람에게만 부여되는 경험이 아니라 간호사, 의사, 조산사, 가족, 친구 등 여러 사람이 각기 다르게 느끼는 개별적인 경험이다.
출산과 관계된 사람들은 기쁨과 우려가 공존하는 출산 과정 동안 부인은 물론 남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사람들이다. 출산은 자녀 양육의 첫 번째 교훈을 얻는 과정이며 여러 사람으로부터 지원을 받을수록 행복한 삶도 가능하다.
셰럴 스트레이드: 분만 과정 동안 친구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친구와 남편의 생각에 대해서 미리 상의한다. 친구의 성격을 볼 때 남편이 걱정할만한 충분한 이유는 있다. 친구에게 남편의 걱정을 알려주고 당신과 남편 모두에게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르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내 남편도 첫아이 출산 때 친구 두 명을 분만실에 부르는 것에 대해 처음엔 반대했다.
남편은 출산 과정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분만실이 너무 소란스러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남편의 걱정 속에 첫아이를 무사히 낳은 뒤에 남편은 갖은 잔심부름을 군소리 없이 도맡은 친구 두 명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분만 과정 동안 친구들의 도움이 무척 고맙지만 막상 아이가 나오자마자 내 눈이 향한 곳은 남편의 눈이었고 나를 처음으로 안아준 사람도 남편이었다.
스티브 아몬드: 처음에는 남편과의 의견 충돌이 첫아이 출산을 둘러싼 걱정과 부담감이 원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 임신 기간 동안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까? 무사히 출산할 수 있을까? 등등 출산을 앞두고 닥쳐 올 걱정거리만도 산더미 같다. 출산 이후에는 밤잠을 설쳐가며 아이를 돌봐야 할 날도 하루 이틀이 아닐 것이다. 출산 뒤 찾아올 힘든 과정을 헤쳐나가려면 두 사람 모두에게 인내심, 신뢰, 솔직함 등이 요구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남편은 출산 뒤에도 부인의 마음속에 사랑받는 존재로 남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싶을 것이다. 당신은 당신에게 소중한 친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남편이 존중해줬으면 하는 마음일 것이다. 진정한 결혼 생활과 자녀 양육은 부부가 서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나눌 수 있는 능력에 달려있다. 배우자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이 쉽지 않지만 자녀 출산 뒤 닥쳐 올 여러 일들을 함께 해결하고 부부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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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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