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 상권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위해 LA 한인마켓들의 총성없는 생존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타운내 2개 이상의 ‘멀티 매장’을 운영하는 이른바 ‘몸집 불리기’ 트렌드가 대세로 자리잡으며 멀티 매장 마켓과 단일 매장 마켓 간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현재 타운내 한인 마켓 수는 모두 8곳.

갤러리아마켓 올림픽점과 버몬트점, HK마켓, 한남체인, 플라자마켓, 시온마켓, H마트, 가주마켓 등이다.

특히 웨스턴 애비뉴는 갤러리아마켓 올림픽점, 플라자마켓, H마트 마당몰점, 가주마켓, 한국마켓까지 1.5마일 구간에 총 5개의 마켓이 위치해 있어 ‘마켓 거리’라고 불릴 정도로 치열한 경쟁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내년에는 이 같은 경쟁 구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2개 이상 멀티 매장을 운영하는 마켓 브랜드의 등장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멀티 매장 개설에 불을 당긴 것은 H마트다. 미주 최대 한인 수퍼마켓 체인인 H마트가 내년 2월부터 플라자마켓 자리에 플래그십 스토어 개념의 매장을 연다. <본보 12월1일자 A1면 보도>

이는 마당몰점에 이어 한인타운의 2번째 매장으로 멀티 매장의 신호탄인 셈이다.
시온마켓도 멀티 매장 경쟁에 뛰어든 또 다른 마켓 브랜드다. 6가에 위치한 시티센터내 LA점에 이어 내년에 버몬트와 9가길에 건설 중인 매장이 완공되면 시온마켓 역시 타운내 2개 매장을 갖게 된다. 여기에 8가와 옥스포드 코너인 옛 ‘아씨마켓’ 자리에 진행중인 ‘라이즈 코리아운’(Rise Koreatown) 건설 프로젝트가 완공되는 2년 후에 시온마켓은 3번째 매장을 운영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2020년 쯤 한인타운내 한인마켓은 모두 10곳에 이르게 되며, 이중 멀티 매장을 운영하게 될 마켓 브랜드는 3개로 기존 갤러리아마켓에 H마트와 시온마켓이 가담하게 되는 형국이다.

자연스레 한인마켓 업계는 멀티 매장 마켓과 단일 매장 마켓의 구도로 양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멀티 매장을 운영하게 되는 3개 한인마켓 브랜드들은 외형적으로 한인타운 상권에 대한 지배력이 그만큼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마트의 경우 마켓 특화를 위한 멀티 매장 선택은 당연하다는 시각이 있다. 한인타운에 타인종 방문이 증가하면서 그에 따른 소비자층 확보를 위해 멀티 매장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H마트가 플라자마켓 자리에 타운의 2호점을 낸 것은 ‘아시안 마켓’을 지향하는 H마트의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2호점은 마당몰점과는 분명 차별화된 매장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하는 마켓 관계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시온마켓의 향후 행보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시온마켓 황규만 회장이 한인타운점 이전설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3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시온마켓의 구매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값싸고 신선한 채소와 그로서리 제품’으로 차별화를 가져가면서 상권 지배력을 높여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갤러리아마켓도 멀티 매장 경쟁 상황에서 기존 전략을 수정하고 어떤 전략을 들고 나올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멀티 매장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하고 있다. 매장 수를 늘리는 ‘몸집 불리기’가 한국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한 한인마켓 총괄 매니저는 “2~3개 매장으로 좁은 타운을 점령하겠다는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며 “싼 값의 물량공세가 한동안 통할 수는 있지만 싸구려 이미지의 한계로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인마켓 매니저는 “그냥 앉아서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좋은 가격에 질 좋은 상품으로 경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