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이 마지막 영업 이민 1세대 향수 간직
▶ 아쉬움 간직한 채 ‘아듀’ 내일부터 ‘H마트’ 간판

1988년 오픈했던 플라자마켓이 31년의 역사를 접고 H마트 한인타운 2호점으로 2월1일 재탄생한다. 플라자마켓의 폐업에 대한 아쉬움과 H마트 2호점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다. 플라자마켓 매장 입구의 모습.
한인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던 플라자마켓이 오늘(31일) 영업을 끝으로 한인 마켓 역사의 한 획을 그으며 31년의 역사를 뒤로 한 채 간판을 내린다.
지난 1988년 코리아타운플라자 몰이 세워지면서 함께 탄생해 LA 한인 이민사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자리잡았던 마켓이 사라진다는 아쉬움과 다음달 1일부터 H마트 한인타운 2호점으로 새롭게 탄생한다는 기대감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30일 플라자마켓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마켓이 위치한 코리아타운플라자(KTP) 몰 자체가 깨끗하기도 하지만 한인 마켓 중 깨끗함으로 치면 플라자마켓을 첫손에 꼽는 한인들이 많이 있을 만큼 이날도 청결했다.
H마트의 재고 실사파악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그런지 진열대 곳곳에 빈 공간들이 많이 보였다. 재고를 줄여 인계하려는 플라자마켓의 폐업 전략인 셈이다.
이날 만난 플라자마켓 직원들의 모습은 평소와 다름없이 밝았다. 60여명 직원 중 3~4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직원들 모두 H마트 직원으로 전환된 탓도 작용한 듯했다.
17년 반찬부를 맡아온 이희경씨는 “플라자마켓 대표인 양명길 사장의 인간적인 대우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며 “나이가 있지만 H마트 직원으로 다시 일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플라자마켓 직원들에 따르면 H마트의 취업 인터뷰는 지난 주에 완료됐고 이날은 취업 관련 서류에 서명을 했다고 한다.
H마트로 간판을 바꿔 달더라도 당장 매장 내부의 변화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플라자마켓 재고 전량을 그대로 H마트가 인수해 운영하기 때문이다. 다만 생선코너가 강점인 H마트로서는 수족관 설치 등의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플라자마켓이 사라진다는 데 아쉬움을 나타내는 한인들도 있었다. 한인타운내 거주하는 김모씨는 “30년이 넘은 플라자마켓은 한인 이민 1세대들에게는 만남의 장소이자 옛 향수를 간직하고 있어 마켓 이상의 그 무엇”이라며 “플라자마켓이 사라진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플라자마켓의 사라짐에 아쉬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H마트 2호점으로 변모하면서 기대감도 크게 나타났다.
KTP 조셉 김 코디네이터는 “H마트가 입점한다는 것이 몰 방문객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질지는 아직 단언하기 이르다”며 “다만 마트와 인접한 1층 테넌트들 사이에서는 H마트 입점 효과를 기대하는 심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16년째 중국 요리 전문점인 진흥각을 운영해 오고 있는 로저 김 대표는 섭섭한 마음과 기대감이 교차한다고 했다.
“플라자마켓이 사라진다는 것이 섭섭하지만 H마트 입점으로 기대감도 있다”며 “경기도 안 좋은데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10년에 강산이 한 번씩 변한다면 3번 바뀌어야 했을 플라자마켓이지만 변한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단점처럼 들리지만 세월이 변해도 마켓 특유의 특징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플라자마켓은 한인 마켓 역사에 남을 것이다.
“22년간 일한 내 이민생활의 터전… 너무 아쉽죠”
■ 캐시어 김미란씨
“플라자마켓은 제 미국 생활의 전부였다.”
플라자마켓에서 캐시어로 일하고 있는 김미란(사진)씨는 22년째 같은 곳에서 일했다고 했다. 그의 미국 생활이 33년째인 점을 고려하면 직장이었던 플라자마켓은 마켓 이상의 그 무엇인 셈이다. 김씨는 다음달 1일 플라자마켓 자리에 문을 여는 H마트 직원 채용 제의를 정중히 거절했다. 이제 좀 쉬고 싶다는 것이 김씨의 이유다.
“캐시어가 사람 대하는 직업이다 보니 많이 힘들었다”며 “집안일을 하면서 좀 쉬고 싶어서 재고용 제의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가지 하고 싶다는 것이 있다. 바로 영어 공부다. 미국에서 생활했지만 집과 마켓이 삶의 터전이다 보니 영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김씨는 플라자마켓이 사라진다는 것이 서운하다고 말했다. 1년만 하고 그만두겠다고 한 것이 22년이 흘렀으니 그도 그럴만 하다.
“내 생활의 전부였던 플라자마켓, 수고했다. 그리고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김씨의 눈이 촉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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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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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내 이민의 역사와 함께한 마켓인데 진정 서운하네요. 이민 동료도 늙어서 사라져가고 단골집들도 사라져 가고 인생이 덧없음을 또 느끼네요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