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3월 과학잡지 ‘사이언스’지에 두 쪽짜리 짧은 논문이 실렸다.
미국 고생물학자인 데이빗 라우프와 존 셉코스키 교수가 6년간의 해양 화석 분석을 통해 2억5,000만년 동안 주기적으로 발생한 종의 멸종에 대해 연구한 결과물이었다.
논문의 결론은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와 데본기, 페름기, 트라이아스기 후반과 백악기에 다른 멸종 수준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대량 멸종이 다섯 번이나 발생했다는 것. 일부 종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생물 다양성이 끊임없이 증가했다는 기존의 학설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었다. 지금은 정설로 굳어진 ‘5대 대멸종’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대멸종의 특징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생물군들이 짧은 시간에 대규모로 멸절했다는 점이다. 가장 파괴적인 것은 약 2억5,000만년 전인 페름기에 나타났던 3차 대멸종.
‘대멸종계의 대모’ 혹은 ‘위대한 멸종’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건으로 인해 해양 생물의 97%, 육지 생명의 70%가 사라졌다.
‘지구가 통째로 비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였다. 6,500만년 전 발생한 백악기 5차 대멸종도 지구에 존재하던 생물종 70%의 존재를 지워버렸다. 이 과정에서 세상의 지배자였던 공룡이 자취를 감췄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대멸종이 과거의 사건일까. 대부분 생물학자들은 고개를 젓는다. 오히려 자연이 아닌 인간에 의해 사상 유례없이 파괴적인 6차 대멸종이 진행 중이라고 지적한다. 환경파괴와 지구온난화, 인위적 대량 재배·사육 등이 생물 다양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허튼 지적이 아니다. 현생 인류 등장 이후 개구리 같은 양서류의 멸종률은 이전보다 4만5,000배나 높아지며 가장 심각한 멸종 위기종이 됐고 포유류도 4분의1로 급감했다. 코끼리거북은 이미 보이지 않는 존재가 돼 버렸다. 약 100년 후에는 고등 생물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인류에 의한 대멸종 가능성을 지적하는 보고서가 또 나왔다. 인간의 도살 행위와 집약 농업 등으로 거대 동물의 개체 수가 70%나 줄고 이 중 59%는 멸종위기종으로 내몰렸다는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6차 대멸종은 단순한 설(說)에 그치지 않을지 모른다.
“호모 사피엔스는 여섯 번째 대멸종을 일으킴과 동시에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한 인류학자의 20여년 전 경고가 현실화되기까지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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