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여러 가지 좋지 않은 현상들이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기온 상승으로 덕을 보는 곳도 있다. 캘리포니아 북동부 해안 지대에 위치한 레드우드 원시림의 거대한 나무들이 그 어느 때보다 빨라 자라고 있는 것이다.

‘레드우드 기후변화 계획(Redwood Climate Change Initiatives: RCCI)’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380피트(35층 빌딩 높이)까지 자라고 2천 년을 사는 레드우드 산림의 거대한 나무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빨리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훔볼트 주립대와 공동으로 레드우드 산림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SF의 비영리단체인 ‘레드우드를 지키는 사람들(Save Redwoods League)’의 샘 호더 회장은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레드우드 나무들이 빨라 자라날 뿐 아니라 그 나무들이 기후변화를 억제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정확한 이론은 정립되지 않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면서 북가주 해안에 자주 끼는 안개가 줄어들어 맑은 날이 많아지고 일조량이 늘어나 레드우드 나무들이 자라나기 좋은 환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거대한 나무들은 공기 중의 탄산가스를 대량 흡수하기 때문에 대기 중의 탄산가스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보고서는 2019년에 레드우드 나무들이 기대 이상으로 빨리 자랐으며 좁은 지역이지만 대기 중의 탄산가스를 흡수하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19세기 말 벌목업자들이 원시림의 95%를 벌목함에 따라 레드우드 원시림은 극히 일부분에만 남아 있게 됐으며 그나마 불법 벌목과 마리화나 재배업자들 때문에 멸종의 위험에 처했다. 더군다나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은 레드우드 원시림의 미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기온 상승에 따라 산불의 위험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에라 네바다 서편 기슭에만 자라는 자이언트 세코이아(giant sequoia) 역시 시에라 설원이 기온상승으로 줄어듦에 따라 번식에 필요한 충분한 수분을 공급받지 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레드우드 원시림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 견해는 올해 ‘레드우드 기후변화 계획(RCCI)’의 연구보고서로 인해 희망을 갖게 됐다. ‘레드우드를 지키는 사람들’은 44에이커에 자라는 7,000그루의 레드우드 나무들을 세밀하게 관찰할 계획이다. 작년에 이 단체는 960만 달러를 들여 소노마 카운티의 730에이커의 레드우드 원시림을 구입한 바 있다.

호더 회장은 이번 관찰을 통해 레드우드 나무들이 기후변화에 어떻게 적응해 나가는지를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레드우드 나무는 나이가 들어도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오래 된 나무일수록 더욱 성장이 빠르다. 어떤 나무는 한 해에 2,000파운드가 자라났다’며 놀라워했다. 이번 관찰 대상은 ‘헤롤드 리차드슨 레드우드 리저브(Harold Richardson Reserve)’와 오레곤 경계에 위치한 ‘제데디아 스미스 레드우드 주립공원(Jedediah Smith Redwoods State Park)’의 레드우드 원시림이다.

그는 이번 연구의 목적은 인간의 산림 의존도를 밝히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 결과에 따라 기후변화에 따른 레드우드 원시림의 절망적인 미래가 생태계를 정화시키는 낙관적인 미래로 바뀔 수도 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경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