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SNS에 키우던 풍산개를 입양해 주실 분을 찾는다는 광고를 보았다. 주인은 오랜 미국 생활을 하다 한국으로 직장을 찾아 귀국하는데, 6년간 곁을 지켜 주었던 풍산개 ‘하임달’을 잘 키워 줄 분을 찾고 있었다. 올려진 사진에는 하얀색 녀석이 용맹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우연히 내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사는 분과 이틀 후 만나기로 하였다. 혹시나 낯선 이에게 사납게 짖어대지 않을까 걱정도 해가며 그 집에 가다 들른 주유소에서 비프 스틱 한 개를 사서 들어섰다. 현관문이 열리자 쏜살같이 나온 하임달이 반겨준다. 비프 스틱은 관심도 없고 가슴으로 뛰어오르는 듯 안겨 가며 꼬리를 흔드는 모습은 난생처음 받아보는 ‘풍산개의 환영식’인 듯했다.
식탐이 별로 없고, 조용한 편이며 많이 짖지 않는다고 한다. 여느 개와 마찬가지로 산책을 좋아하며 “사람 특히 한국 사람을 좋아합니다”라는 주인의 소개가 괜히 하는 말이 아니었다. 제 이야기하는 것을 귀담아들으며 꼬리를 흔들며 옆에 앉아 있는 녀석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산책할 때에 많은 분이 개와 함께 걷는 것이 부러웠는데, 하임달과 함께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한편으로는 덩치 큰 녀석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슬금슬금 올라왔다.
두어 시간 머물다 떠나올 때도 섭섭한 몸짓을 해대는 녀석을 보면서 개에 대한 여러 속설이 떠올랐다. ‘사람보다 낫다’라는 개에 대한 일화와 한편으로는 빗댄 말이나 욕설이 많음은 그만큼 개와 사람과의 관계가 친밀해서 일 것이다. 용맹하고 민첩한 사냥에 적합하다고 알고 있던 풍산개 하임달이 짖지도 않고, 첫 대면에 보여준 친근한 행동은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그날 밤은 하임달이 떠올라서 잠이 들기 어려웠다. 강인한 체력의 개를 길러 본 경험이 없는 내가 욕심과 환상에 사로잡혔던 것이 아니었는지 걱정이 되었다. 아침에 주인분에게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하고 다른 분에게 입양을 양보하겠다고 전했다.
어제 대화 중에 개의 목줄(LEAD) 없이 산책할 공원을 알려달라고 했기에 집 근처에 있는 ‘Dry Creek’ 공원을 추천하였다. 다음날, 우리는 하임달과 두 시간가량 산등성이를 걸었다. 이틀 전에 본 녀석의 반가운 모습과 목줄 풀린 해방감에 어쩔 줄 모르며 이리저리 뛰면서 주위를 맴돌며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
좁은 오르막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쉬고 있을 때였다. 서 너 명이 우리 쪽으로 내려오고 있었는데... 우리 옆에 가까이 오니 아뿔싸!! 하임달이 결사 항전의 태세로 짖어대며 으르렁댄다. 옛이야기에 사냥꾼들이 풍산개 세 마리를 풀면 호랑이를 잡아 온다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입증이라도 한 듯, 그렇게 순하고 재롱만 떠는 녀석으로 각인된 모습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주인의 안전에 대한 경계와 감시를 철저히 하지만, 서너 번의 제재로 얌전해진 행동은 주인에 대한 충성도가 예사롭지 않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명견이다. 하임달! 부디 진심으로 개를 사랑하는 분에게 입양되어 좋은 환경에서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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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무심 / 프리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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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주인이 양로원에 가던지 병사해서 졸지에 혼자 남게 되는 반려견이 쉘터에 가게 되는것을 보면 마음이 찢어지는데 부디 좋은 주인을 달 만났으면 하네요. 지난 해에 두마리가 품을 떠나고 지금 다시 두마리를 입양했고 마지막 한마리는 올해 한국에 나가서 입양을 할 계획이라 마음이 무겁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