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들기 전 이불 위로 향수를 뿌렸다. 이불을 한 번 펄럭이니 은은한 향기가 잔잔하게 퍼졌다. 눈을 감고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잔향을 음미했다. 향수는 외출 시에만 뿌리는 나였다. 잘 밤에 향수를 뿌리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내 돈 주고 산 향수인데 나 좋자고 뿌린 적은 많이 없는 것 같다. 솔직히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혹은 내 체취가 타인에게 불쾌할까봐 향수를 쓰는 경우가 더 많다. 아끼면 유통기한이 지나 쓰레기통으로 직행해야할 향수인데 지금부터라도 나를 위해 실컷 뿌리고 향기롭게 잠들어야지 싶다.
향수뿐만 아니라 나는 남을 위해서는 쓰면서 나한테는 인색한 것들이 참 많다. 상대방에게 잘 보이기 위해 띄우는 미소, 칭찬, 다정한 인사 등 타인을 의식하여 하는 행동이 수없이 많지만 정작 나 자신에게는 불친절한 나를 발견한다. 나는 오늘 한 번이라도 나 자신에게 웃어주었는지, 진심으로 칭찬해주었는지, 그 흔한 안부 인사 한마디 건네었는지 생각해 보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돈도 안 드는 아주 간단한 것들인데 말이다.
예전에 취업 준비를 할 당시, 자존감이 바닥을 쳤었다. 가고 싶었던 회사들로부터 탈락 소식을 하루걸러 들어야 했을 때 있던 자존감마저 곧 바닥을 드러냈다. 그때 나는 가끔씩 스스로에게 응원 문자를 보내곤 했다. 누가 보면 웃을 일이지만 나에게 받는 응원 메시지는 꽤나 힘이 셌다. 그때마다 나는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었고 더 악착같이 임했다. 그렇게 나는 대학 졸업 전, 한 외국계 기업에 당당하게 입사할 수 있었다.
그랬던 내가 요즘 나한테 이렇게 소홀했다. 자애심 하나는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순 착각이었다. 그동안 나는 말로만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한다고 했지 제대로 껴안아주지는 않았던 것이다. 나 자신도 나에게 친절하지 않은데 남에게 이를 바라는 것은 모순이지 싶다. 이제는 나를 잘 대우하는 법부터 고민하고 하나하나 실천해 갈 예정이다.
요즘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니 자존감에 대한 자기 계발서가 상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나처럼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자존감 수업’을 쓴 정신과 의사 윤홍균은 그의 책에서 “자신의 기호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 자기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당당한 사람은 매력적이다.”라고 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제대로 아는 사람, 그리고 스스로 자신을 귀히 여기고 대접해주는 사람이 타인의 눈에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여가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무의식적으로 리모컨을 들거나 온라인 쇼핑에 열중하기보다 나 스스로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면 이것저것 시도해보자.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연인들처럼 나 스스로와 달콤한 데이트를 해본다고 생각해보자. 이미 취향이 확고하다면 좋아하는 음악과 음식으로 하루를 채우고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보거나 반신욕을 한다거나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들을 하나하나 실천하는 것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침대 맡 거울을 들여다본다. 나를 향해 씩 웃어 보였다. 거울 속 나도 미소로 보답하고 있다. “역시 넌 매력적이야. 잘 자!”
나는 오늘도 나에게 반했다. 이젠 당신 차례다. 지금 사랑하고 있습니까, 당신도?
<
이보람 adCREASIANs 어카운트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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