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난리다. 특히 중국과 거리상 가까운 한국에서는 미국에 비해 뉴스 커버리지가 훨씬 더 많고, 사람들의 대처도 더 발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여느 금요일 오후 같으면 사람들이 북적거려 쇼핑백을 세로로 세우고 몸을 90도로 돌려 사람들 틈새를 빠져나가는 요령까지 동원되는 명동 거리가 한산하다 못해 쓸쓸하다. 외국 친구들을 데리고 간 경복궁과 삼청동은 유령마을 같은 모습에 한옥들의 기와가 더해져 스산하기까지 했다. 불편해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 않다가 택시기사한테 여러 번 혼나기도 했다. 어딜 가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처법이 그려진 포스터 그리고 끊임없는 방송으로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이런 신중한 대처는 좋은데, 여기저기서 중국 사람에 대한 비하 발언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얼마 전 6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저 X(떼)놈들 때문에 작년에는 미세먼지로 그렇게 고생하더니 올해는 이 놈의 바이러스 때문에 고생을 하네 그래.” 그러니 다른 여성이 이어받는다. “뭘 주워 먹고는.. 뭐 박쥐를 먹었대지?” 또 다른 아주머니가 거든다. “그러니 함부로 중국 만두 그거 사먹으면 안된다니까,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게 뭐야. 그것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와 있으니 큰일 났다니까! 김치도 사먹지 말어, 다 중국산이야.”모두 교양 있어 보이는 아주머니들의 대화 치고는 너무 편향적이었고 특히 신종바이러스와 직접적인 연관도 없어보였다.
그저 중국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과 적대감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 듯했다. 중국은 인구가 많고, 워낙 무리를 지어 다니는 경향이 있으며 말소리가 강해서 조금이라도 튀는 행동을 하면 금방 두드러져 보인다.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중국인들은 그다지 환영을 받지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한 곳이 중국이고 가장 많이 확산된 곳이 중국이니 전 세계적으로 ‘중국인/아시안 혐오증’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인에 대한 평소 비하의식을 이때다 싶어 남용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의견을 정당화 시키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듯하다. 유럽 어느 나라에서는 아시안 출입금지 사인까지 걸어둔 곳도 있다고 한다. 이는 더 이상 중국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인과 비슷한 모습의 우리나라 사람들도 어느 다른 나라에 가서 받을 수 있는 대우이다.
한참 세계가 글로벌화의 정점을 찍으려 한다. 과거 외국인들에게 포용적이던 나라들이 하나둘 반이민 정책을 내놓고 브렉시트 등으로 글로벌화와 멀어지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이럴 때 일어난 재앙이 극단적인 민족주의와 극도의 외국인 혐오증을 몰고 온다면 지난 20-30년의 정치 및 교육의 노력을 뒤엎어 버리고 말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 모두의 이성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타 국민들에 대해 집단적 편견을 형성하거나, 이미 가지고 있던 선입견으로 그들을 평가해서는 안 되겠다. 역사는 돌고 돌며, “What goes around comes around” 즉 “뿌린 대로 거둔다”는 표현처럼 우리나 어느 나라 국민이라도 똑같이 그렇게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문제의 핵심을 바라보고 그들을 무조건 피하려 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 바이러스가 덜 확산되고 희생자를 줄일 수 있는 지에 대한 관심과 배려에 주력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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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국제개발금융 투자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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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4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우한 바이러스 건으로 현 정부에 분노하는 이유는 1)사회 문화적 혹은 정치적 판단으로 2) 생물학적 사실/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간과한 채, 바이러스가 전국에 퍼지도록 방치, 언론보도의 신빙성에 의심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죽은 사람= 음성) 중국에 대한 무조건적 혐오는 분명 이재진씨의 의견에 따라 잘못된 점이 맞습니다. 무지와 선입견, 편견의 결과지만 동시에 투명하지 않은 듯한 정보공개와 현 정부의 지극히 정치적인 발언들 ("어려울때 친구가 친구")이 국민들의 분노를 사는 듯 하며 더 큰 반감을 만든 듯 합니다.
만약 백인이그러면 아시안이 똑같이 기피핳텐데 당연한걸 말말말 하고있네 누구나그럴거 가지고 말이많아 하튼 한국은 너무잘하고있어서 다행이다
중국인들을 공개적으로 도매금으로 폄하하는 것은 예의상 피하는게 좋겠으나 실제로 중국인들을 만나면 가급적 피하는 것이 우한바이러스 전염 예방에 좋을 것이다. 감염된 크루즈선에 몇주일간 갇혀 있을 때에도 그런 관용이 나올까? 그리고 특정민족의 이미지는 그 민족의 일반적인 관습과 언행 등 프로토타입을 보고 느끼면서 형성되는 것이다. 한 두 명도 아니고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하게 느낀다면 그 민족에게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코로나가 아니고 그냥 중공 우안 바이러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