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19로 세상이 시끌벅적해도 한국에 봄은 영락없이 찾아왔다. 한국에선 코로나의 영향으로 이미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권유가 두 달째 되어 가다보니 사람들도 타인이 그립고 자연이 그리워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마스크를 쓰고 나와 봄놀이가 한창이다.
나 또한 봄이 오니 몸이 들썩거리고 벚꽃 잎을 만져보고 싶어 조카들을 데리고 공원에 놀러나갔다. 매일같이 학교도 못 가고 TV 교육방송이나 보며 집에서 지내는 아이들이 밖에 나오니 그렇게 신나할 수가 없다. 재밌게 자전거를 타고 벚꽃 나무 아래서 봄 기운을 만끽하는 아이들을 보니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꺼내어 여기저기서 자지러지며 웃는 표정, 자전거를 타는 다양한 ‘액션’ 샷을 여러 장을 찍어주게 된다.
그러다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이 사진을 찍어주시던 때가 문득 생각났다. 그때는 엄마 아빠가 이 벚꽃나무 아래에 서 있으라면 영락없이 그 벚꽃나무 아래에 서서 강한 햇빛에 눈부셔 눈을 찌푸리고 있다가도 “하나, 둘, 셋”하면 웃어야 했고 그때 시간을 잘못 맞추어 눈을 감거나,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 다음 번 기회는 없었다.
필름을 다 쓰고 현상하러 간 며칠 동안 사진 나올 때까지 설레기도 하고, 현상되어 온 사진을 볼 때면 깔깔대며, 의도치 않은 모습의 사진들을 보며 즐거워하던 기억이 있다.
필름의 개념이 없어진 지금 스마트폰으로는 똑같은 포즈를 열 번 이상, 아니면 원하는 만큼 찍을 수 있고, 그 중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조명을 밝게 한다든지, 나온 얼굴의 ‘보수공사’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전엔 친구들을 만나 살이 쪄서 사진을 안 찍겠다고 하니 촌스럽다며 모습을 바꿀 수 있는 여러 필터가 있는 앱으로 찍는다며 무조건 날씬하게 보정해줄 테니 걱정 말라며 우선 찍고 본다.
그러다보니 요즘 내 사진들만 봐도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다. 얼굴에 크게 났던 여드름은 어딜 갔는지 없어져 있고, 30대 후반에 제일 걱정스러운 눈가의 주름도 하나 없는 내 얼굴은 뽀얗기만 하고, 이목구비는 또렷하니 이국적이며, 살찐 내 모습은 예쁜 몸매로 변해있다.
옛날엔 사진들을 보며 추억에 잠기게 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하면 요즘 사진들은 그저 다른 옷만 입고 있는 평생 젊고 예쁜 사진 수집에 기여하는 것뿐이다. 나의 30대 때의 모습이 20대 때보다 더 젊고 날씬한 모습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더 나아가 60-70대에 사진들을 봤을 때 내 나이 드는 모습의 변천사를 볼 수 있다는 기대보다는 어느 순간부터 변하지 않는 나의 모습만 수두룩하게 보게 되지 않을까 사뭇 걱정이 된다.
물론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편리해지고 윤택해진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정보의 공유가 빨라지고, GPS나 모바일뱅킹 앱으로 시간도 단축돼 오히려 더 풍요로워지니 말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예전의 간직했었던 값진 ‘미’가 하나둘씩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아무런 특별한 필터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사진을 한 번씩만 찍어 지금 이 순간을 간직하기로 해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많은 사진을 찍어 마구 넘겨서 보기보다는 하나 찍은 것을 보며 그때를 떠올리고, 그 사진에서 눈을 감았건 ‘썩소’(썩은 미소)를 지었건, 뚱뚱하건, 얼굴에 여드름이 났건 마음에 안 들어도 나중에 그 사진들을 봤을 때 “맞아, 그때 그랬고 저땐 또 저랬지”하며 웃으며 회상할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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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국제개발금융 투자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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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꼰대같은소리
이 순간도 얼마 지나고 나면 웃을수있는, 그땐 그랫는데 하고 추억을 더듬을 그런순간을 만들려면 집콕을 열심히 몸 마음 건강 관리 위생관리 면역력 증진을위해서 열심히 운동하고 골고루 적당히 먹고 잠 잘자고 스트레스없이 마음을 여유롭게하고 기다리는게 좋을듯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