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주제 ‘죽음’ 차분하게 다뤄한혜영 시인
Covid-19라고 하는, 전에 없는 전염병이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았습니다. 어떤 이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어떤 이는 직업을 잃고. 힘겨운 각자의 생활을 시라는 이름으로 응모했다고 생각을 하니까 원고 앞에서 숙연해졌습니다. 문예공모전에 입상하려는 시는 단번에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합니다. 하지만 매번 만족한 것이 아니어서 걱정했는데, 몇 편은 완성도가 제법 있어보여서 반가웠습니다.
당선작은 무거운 주제임에도 차분하게 다룬 황미영 님의 ‘이사’가 차지했습니다. “꾸린 이삿짐이래야/200 큐빅 인치 상자, 단 하나”에서 ‘죽음’이 보다 뚜렷해집니다. 부유물이 가라앉아야 사물이 보이는 것처럼 지나친 슬픔은 시 짓기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데, 절제된 감정이 돋보입니다. “피울만한 봄꽃은 다 피운/봄처럼 떠난다”라든지“사진 속 팔짱 끼고 선 그 사람/가뿐하게 웃고 있”다와 같은 표현은 담담해서 오히려 아프게 읽힙니다.
가작으로는 진새들 님의 ‘나의 바다에는 눈 큰 고래가 산다’가 선정되었습니다. ‘고래’라는 시적 매개물을 ‘희망’으로 본다면 이 시는 성큼 가까워집니다. 마음의 우물이 메말랐을 때 “소금기 가득한 물을 담아다/연거푸 푸우 거리며/나를 들어올”려줄 고래 한 마리 있다면 얼마나 다행인 삶이겠습니까. 아쉬움이라면 묘사에 있어 유연성이 다소 부족한 점인데, 시인의 역량으로 보아 충분히 극복하리라 믿습니다. 수상하신 두 분께 축하드리며, 이밖에도 응모를 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비록 입상은 못했지만 발표가 나기까지 기다리는 일도 하나의 즐거움으로 여기면서 다음을 기약하면 좋겠습니다.
뛰어나면서도 아름다운 작품나태주 시인
지난해 인류를 들이닥친 Covid-19는 우리 인류를 지옥으로 만들었고 우리에게 일상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모집된 원고라 그런지 내용들이 심각했고 삶의 무게에 눌려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읽으면서 몇 편의 좋은 작품을 얻었습니다. 이번에는 당선작과 가작 두 편만을 뽑는다는 신문사의 요청과 규정에 따라 두 편만을 고르기로 했습니다. 미국에 사는 한혜영 시인과 전화로 연락하여 가볍게 합의를 보았습니다.
당선작엔 황미영 님의 「이사」(접수번호 74)를 뽑고, 가작에는 김소형 님의 「나의 바다에는 눈 큼 고래가 산다」(접수번호 94)를 뽑기로 했습니다. 물론 다른 작품들도 좋은 작품들이 있었지만 두 사람이 보기에 그러했다는 말씀입니다. 응모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위로를 보내고 칭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영어권에 살면서 한글로 글을 쓴다는 건, 그것 자체로 눈물겹고 아름다운 일이며 떠나온 나라 모국의 정신을 사랑하는 훌륭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부디 용기 잃지 말고 계속해서 글을 쓰시기 바랍니다. 당선작은 뛰어나면서도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비극적인 인간의 현장을 소재로 삼았으면서도 화사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것은 시인이 가진 따스한 언어적 마력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기에 더욱 눈물겹고 아린 마음이 전해져 옵니다. 그 아린 마음의 중심에 후리지아 한 묶음이 놓입니다.
가작으로 뽑힌 「나의 바다에는…」도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무엇보다도 싱싱하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다음은 상상력을 제공한다는 것이 또 장점입니다. 이러한 장점들을 잘 살려서 앞으로 더욱 노력해서 대성하는 시인이 되시기 축원합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