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을 주제로 한 명시조 두 편을 소개한다.
“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말아/ 일도 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려우리/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만공산(滿空山)은 나무가 없는 헐거벗은 산. 명월은 밝은 달인 동시에 작가 황진이의 예명, 황진이는 시인이며 절세미인인 평양 기생. 수이는 옛말로 빨리의 뜻. 벽계수는 푸른 골짜기의 시냇물이며 동시에 청렴하기로 유명했던 학자의 이름. 황진이가 그를 유혹하려고 이 시를 썼다.
다른 한 편은 삿갓 하나 쓰고 팔도강산을 유람 하며 시를 쓴 김삿갓의 시.
“늦장마 잔 칼질에 뼈만 남은 비탈길을/ 한 송이 들국화 제 철이라 꾸몄구나/ 나그네 지친 장대를 여기 꽂고 쉴 까나”
장대는 지팡이. 작은 들국화가 장마비에도 쓰러지지 않고 굳건히 비탈길에 서 있는 모습이 배울만한 끈질긴 힘이다. 초가을의 풍치를 그린 명시조.
이 두 편의 시조는 모두 쉬다 곧 휴식의 뜻을 담은 시이다. 쉬다의 원형이 수이 즉 빨리의 뜻으로사용된 것은 매우 재미있다. 사실 휴가처럼 빨리 지나가는 것은 없다. 미국서 여름 휴가는 보통 두 주간을 갖는데 어느새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가을이 다가온다. 그만큼 휴가는 철저히 잘 쉬어야 한다. 돈 몇 푼 때문에 휴가를 반납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휴가는 충전의 시기, 일보 후퇴 이보 전진의 의미가 있는 것이 휴가이다. 휴가는 일상을 떠나 멀리 가는 것이 좋다. 바쁜 대통령도 휴가는 철저히 쉰다. 특히 일벌레란 나쁜 별명을 가진 목사들은 여름 휴가를 충분히 가져야 한다.
나는 하나님이 인간이 쉬는 시간에 그 생각이 성장하도록 만드시지 않았나 하고 생각한다.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는 방대한 저서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그가 밤중에 뒷산을 혼자 산책하는 것을 자주 보고 그를 외로운 승려로 보았다. 그러나 그의 밤 산책은 사색의 시간이었으며 그 깊은 사색에서 그의 저서들이 쏟아진 것이다.
나의 경험을 말해 죄송하지만 나도 188권이란 저서를 냈다. 많은 글을 쓴 것이다. 글은 책상에서 혹은 컴퓨터 앞에서 쓰는 것이 아니다. 사색과 명상의 열매가 글이다.
유학의 대학자 강태공은 곧은 낚시를 드리우고 호수에 앉아있었다. 물론 곧은 낚시로는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 그의 낚시 시간은 고기를 잡으려는 것이 아니고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기독교에는 안식일 사상이 있다. 엿새는 일하고 제7일은 안식일이니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고 쉬어야 한다는 일종의 계명이었다. 6일 노동 하루 휴식은 과학자들도 동의하는 사상이다. 이 법이 모세 때부터니까 적어도 3000년 전부터 휴식의 필요성이 하나님을 믿는 자들의 법으로 제정되었던 것이다.
동물들도 생각이 있어 행동하나 인간의 생각은 광대한 능력을 가졌다. 모든 문명 발명 학문은 모두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사고의 샘은 무한대라고 말할 수 있다. 조각가 로댕은 세계 명작인 조각 ‘생각하는 사람’을 제작하였다. 어쩐 남자가 앉아 깊은 생각에 빠진 모습이다. 모든 새로운 것은 깊은 인간의 사고에서 나왔다. 공부하는 습관에 앞서 생각하는 습관부터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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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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