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45대에 이어 47대 대통령으로 복귀했다. 미국 대통령 중에 4년 임기를 건너 뛴 뒤 다시 그 직에 복귀한 건 236년 대통령 역사에 두 번째 일이다. 그만큼 드물다.
첫 기록은 22대, 24대 대통령을 지낸 그로버 클리블랜드가 세웠다. 남북 전쟁 후 첫 민주당 대통령이었던 그는 연임에 실패했다. 그는 낙선 후 법률회사에서 일하다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한다. 자동차와 전화기가 신 발명품으로 화제가 됐던 130여년 전의 일이다.
그는 몇 가지 기록을 더 갖고 있다. ‘총각 대통령’이 그 중 하나. 처음 대통령에 선출됐을 때 47세 노총각이었던 그는 백악관에서 결혼식을 올린 대통령이기도 하다. 신부는 친구의 딸로 21세 대학생. 신부 어머니의 허락 아래 교제하다가 결혼했다. 미세스 클리블랜드는 최연소 퍼스트 레이디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나이를 보면 이 기록은 깨지기 어려울 것 같다. 그녀는 재임 실패로 백악관을 나오면서 “4년 뒤 돌아올 테니, 가구를 잘 보살펴 달라”는 당부를 담당 직원에게 남겼고, 이 약속을 지켰다.
클리블랜드 대통령은 대통령학 전문가로부터 ‘평균 이상의 대통령’으로 평가받는다. 정직, 품격 등에서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임기를 건너 뛴 대통령’ 이라는 전통을 이어받은 트럼프의 평가는 역사의 몫이다.
대통령 취임식 때 헌법 상 요구되는 순서는 단 하나, ‘취임 선서’ 뿐이다. 나머지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취임사도 마찬가지이나 초대 대통령이 취임 연설을 한 후 후임 대통령들은 이 전통을 충실히 이어가고 있다. ‘47대 트럼프’ 전에 축적된 취임사는 59개로, 대통령학에서 한 장르를 차지할 정도로 양이 방대하고, 내용도 중요하다. 역사에 남아 회자되는 명언도 있다.
가장 짧은 취임사는 ‘2대 조지 워싱턴’ 때의 135자, 2분 분량이었다. 고질적인 치통 때문에 긴 취임사를 하기 어려워 취임사가 이렇게 짧았다. 가장 긴 것은 8400자를 넘어 낭독에 2시간 가까이 걸렸다. 국립 역사 박물관에 남아 있는 이 취임사의 실크 카피본을 보면 빼곡하게 들어 찬 글자 때문에 눈이 어지러울 정도다.
최장 취임사의 주인공은 9대 윌리엄 헨리 해리슨 대통령. 아이러니 한 것은 가장 긴 연설문을 남긴 그가 역사상 가장 단명한 대통령이란 기록을 남겼다는 점이다. 취임 한 달만에 백악관에서 숨졌다. 사인은 패혈성 쇼크로 추정된다. 이 병은 미생물 감염으로 주요 장기에 장애를 유발하고, 저혈압으로 장기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다. 현대 의학으로도 조기에 발견하지 않으면 살기 어려운 치명적 질환이다.
그는 취임식 때부터 무리했다는 말이 나왔다. 긴 연설에 나쁜 날씨에 이어진 퍼레이드, 3시간 가까이 걸린 참석자 접견, 그날 저녁 취임 축하 무도회 3곳도 참석해야 했다. 숨지기 열흘 전에는 코트도 없이 마켓에 갔다가 비를 맞고, 옷을 갈아 입지 않았다. 폐렴을 거쳐 패혈증에 이른 원인으로 추정됐다.
미 대통령 취임사의 공통점 중 하나는 단합을 강조하는 내용이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3대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은 ‘우리 모두는 공화 주의자이자 연방 주의자’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다민족 이민자가 세운 나라로, 독립성이 강한 주들이 연합한 연방제 국가임을 생각하면 당연하다.
‘복귀 대통령’ 트럼프의 취임사는 한 마디로 미국 우선주의에 방점이 찍혀 있다. 따져 보면 트럼프가 다른 미국 대통령들과 크게 다른 게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한 시사 평론가는 바이든은 ‘화장한 미국인’, 트럼프는 ‘화장하지 않은 미국인’에 비유했다. 영 틀린 말이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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