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5개 만점)

제목 그대로 주인공인 농부 출신 투사 멜 깁슨이 대형 미국기를 휘두르며 미독립 기념일을 맞아 애국심을 부추기는 대하 액션 드라마로 깁슨이 오스카상을 받은 ‘브레이브 하트’의 미국판이다. 미 독립전쟁을 소재로 대형 화면에 액션과 폭력 그리고 가족 드라마와 역사와 로맨스 및 감상적인 요소를 골고루 섞어 넣은 서사적 액션 멜로드라마다.

영화는 액션과 드라마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살륙의 이야기에 감정을 최대한으로 투여하고 또 전쟁의 비극과 참혹상을 고발하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북치고 장구치며 사람의 공격적 감정을 자극하는 유혈 낭자한 폭력적인 액션영화다. 드라마 부분보다는 액션 장면이 훨씬 더 박력 있고 힘차게 처리됐는데 피가 강처럼 흐르고 대포알에 목과 다리가 날아가는 등 끔찍하고 무자비하고 잔인한 장면이 많다.

1776년.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홀아비 농부 벤자민 마틴(멜 깁슨)은 문밖까지 다가온 독립전쟁의 열기를 모른 체하고 7남매를 혼자 키우며 조용히 살고 있다. 이 때문에 벤자민은 장남 게이브리엘(히스 레저)과 갈등이 인다. 벤자민은 프랑스 대 인디언 전쟁의 영웅이지만 전쟁의 무모한 잔인성을 목격하고 독립전쟁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벤은 자기 농장에 쳐들어온 냉혹하고 잔인한 영국군 대령 윌리엄 태빙턴(제이슨 아이작스의 찬피동물 연기가 소름끼친다)에 의해 둘째 아들이 사살되자 평화주의자에서 폭력적인 인간으로 돌변, 아들의 복수를 위해 독립전쟁에 뛰어든다. 그가 미국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용맹을 떨치는 것은 영화가 거의 끝날 때쯤 해서이고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멜 깁슨의 1인 복수 전쟁영화다.

영화의 첫 액션신인 벤자민과 어린 두 아들이 영국군에 체포된 게이브리엘을 구출하는 기습장면이 재빠르고 힘있고 맵시 좋은데 여기서 벤자민이 죽은 영국군을 도끼로 수십번 내리찍어 온 얼굴이 피범벅이 되는 모습은 지나치게 잔인하다. 이 기습전으로 ‘귀신’이라는 별명이 붙은 벤자민은 동네사람들로 민병대를 구성, 영국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편다.

그리고 벤자민을 잡으려고 혈안이 된 윌리엄 대령은 민병대원의 재산과 가족을 방화하고 살해, 미 독립전쟁이 복수심에 눈이 뒤집힌 벤자민과 게이브리엘 대 윌리엄간의 개인 감정전처럼 묘사됐다.

치열하고 격렬하고 피가 끓는 액션신과 벤자민의 거의 동물적인 가족사랑 그리고 게이브리엘과 앤(리사 브레너) 및 벤자민과 그의 처제 샬롯(졸리 리처드슨)의 로맨스가 강약리듬을 이루며 연결되는데 로맨스 부분은 이 영화에서 가장 약한 부분이다. 재미있는 것은 벤자민이 전쟁을 신사들의 전쟁놀이처럼 연기는 영국군 총사령관 콘 윌리스 장군(탐 윌킨슨)을 우롱하는 에피소드.

18세기 당시의 전투장면이 가공할 지경으로 처참하고 어리석고 코믹하기까지 하다. 레드코트(영국군) 대 블루코트(식민지군)의 병사들이 대오를 이뤄 서로 상대방을 향해 진군한 뒤 일제히 코앞에서 사격, 총에 맞은 군인들이 장난감 병정 쓰러지듯 하는데 이건 집단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수세에 몰려 도망가던 식민지군과 민병대가 벤자민이 휘두르는 미국기 하나로 전투를 역전시키는 라스트 액션신은 터무니없는데 미 독립전쟁은 오로지 멜 깁슨의 스타 파워 때문에 이긴 전쟁이라 하겠다.

상영시간 2시간40분이 지루하지 않을 만큼 크기와 무게와 액션과 극적 요소를 고루 갖춘 우량한 영화이지만 신선미는 없다. 감독 롤랜드 에메릭(‘인디펜던스 데이’ ‘고질라’). 등급 R. Columbia. 전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