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영화감독들은 외국 영화감독과 국내 문학인으로부터 예술적 영감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월간지 <키노>(발행인 김대선)가 창간 6주년을 맞아 펴낸 영화감독사전「2001 키노 201 감독」에는 주목받는 문제작 감독 26인의 앙케트가 실려 주목을 끌고 있다.
`늘 지속적인 영감을 주는 화두로서의 예술가가 있다면?’이란 물음에 박찬욱은 셰익스피어, 임상수는 소설가 박태원, 변영주는 소설가 이청준과 박완서, 문승욱은 문학평론가 김현, 이현승은 시인 최승자, 김대승은 소설가 윤대녕, 박기형은 도스토예프스키를 각각 들었다.
영화감독을 꼽은 응답자는 임순례ㆍ임창재ㆍ김응수(타르코프스키), 장윤현(키에슬로프스키), 민병천(앨런 파커), 김동원(요리스 이벤스), 박철수(파스빈더), 김윤태(알렉산더 소쿠로프), 류승완(청룽<成龍>ㆍ버스터 키튼) 등 이었으며 봉준호 감독이 유일하게 한국감독인 고 김기영이라고 대답했다.
미술가로부터 영감을 얻고 있다는 감독은 박철수(백남준), 곽지균(이중섭), 민병천(렘브란트), 이현승(클림트), 윤종찬(에드워드 호퍼), 박흥식(반 고흐) 등이었으며 박찬욱과 임창재는 작곡가 바흐를 꼽았다.
문학가는 대부분 국내 인사들이 많은 데 비해 나머지 분야의 예술가들은 대부분 외국인인이서 영화ㆍ미술ㆍ음악 등이 상대적으로 언어적 장벽이 낮음을 알 수 있다.
`괴짜 감독’답게 김기덕은 "학교를 통하지 않아 예술가들을 모른다"면서 엉뚱하게도 해병대 복무 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하사관과 고양경찰서에서 자신을 때렸던 형사를 통해 삶을 다양하게 해석하는 계기를 가졌다고 털어놓았다.
영화 제작과정중 가장 선호하는 때를 묻는 질문에는 편집과정이 좋다는 응답자와 촬영과정이 좋다는 응답자가 각각 9명으로 팽팽했다. 시나리오 작업과정이 즐겁다는 감독은 3명이었으며 모두 싫다거나 모두 좋다는 응답자와 촬영 전날을 든 감독은 1명씩으로 집계됐다.
박찬욱은 자신의 묘비명에 "자신의 작품을 통해 언제나 상처입은 자, 고통받는자를 향한 애정과 관심을 표명했던 사람, 영화감독치고는 비교적 덜 이기적이었던자"라고 쓰고 싶다고 밝혔으며 김기덕은 "나쁜 영화감독, 그러나 솔직한 영화감독 김기덕, 다시 태어나지 말게 하소서"라는 문구를 미리 남겼다.
이밖에 "시대의 쟁이"(민병천), "단 한 작품도 그가 낄낄거리며 신나게 만들지않은 작품은 없었다"(변영주), "영화를 파괴할 또다른 영화를 위하여"(박철수), "영화로부터 자연으로 돌아가다?"(곽지균), "우리는 그로 인해 즐거웠고 그 또한 즐겁게 살았노라"(민규동), "영화가 자신을 미워했지만 끝까지 영화를 사랑했던 사람"(이현승), "평생 남을 뒤집어 놓으려고 안달하다 내 속이 뒤집혀 죽다"(김상진) 등기발한 묘비명도 많았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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